미국, 화웨이 추가 제재 15일 발효
삼성·LG·SK 등 화웨이에 부품공급 금지
화웨이 사재기에 반도체 가격 일시 상승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된다. 이번 제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부품 공급이 불가능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정부에 화웨이에게 반도체 공급을 하기 위한 승인 신청을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로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반도체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5월에 화웨이에 제재한 내용은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에 대한 생산에 한정됐다. 이번 추가 제재는 D램·낸드플래시를 비롯한 사실상 모든 반도체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생산 장비까지 미국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는 제품은 없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도 더 이상 미국의 승인 없이는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매출처란 점에서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약 7조37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에서 화웨이 관련 매출 비중은 11.4%, 약 3조원 정도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도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OLED 패널 공급에 제동이 걸렸다. 반도체의 한 종류인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어렵게 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화웨이에 납품을 시작한 TV용 OLED 디스플레이 공급도 불가능해진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생산을 중단하면 다른 연관 부품 등 업체들도 타격을 받는다. 미국의 직접 제재 대상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화웨이가 스마트폰이나 5G 장비 등을 못 만들면 연관 부품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5G 관련 부품 등이 대표적이다. 또 화웨이로부터 5G 통신장비를 공급받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미국으로부터 다른 공급처를 찾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화웨이와 5G 로고가 새겨진 스마트폰이 컴퓨터 부품들 틈에 놓여 있다.
화웨이와 5G 로고가 새겨진 스마트폰이 컴퓨터 부품들 틈에 놓여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마이크론과 대만의 미디어텍 등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미국 정부에 일단 화웨이에 대한 거래 승인을 요청했다. 미국의 승인이 있으면 화웨이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지만, 미국이 중국과 화웨이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분간 허가 승인이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화웨이 제재로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의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매체에서도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1일 "만약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면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어려운 시기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 사슬에 포함된 기업에도 어려운 시기를 맞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끊는 조치로 일부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화웨이처럼 큰 고객을 잃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반도체를 사재기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상승했다.

13일 대만 매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대만에 전세기를 보내며 반도체 재고 확보에 나섰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에서 반도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은 DDR4 8Gb D램의 10일 기준 현물가는 2.93달러로 8월 초와 비교해 12%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3달러 재진입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