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소송법'’, '정부조직법', '국제법 교육 진흥법' 등 입안 필요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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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뉴스=이제항 선임기자] 한·중·일 삼국 간 '경계미획정 수역'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제분쟁으로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한반도 주변 경계미획정 수역에 대한 국제법적 쟁점과 대응과제’를 다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경계미획정 수역이란 연안국의 중첩되거나 잠재적으로 중첩될 수 있고 최종경계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수역을 말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한반도 주변 대륙붕 탐사·개발과 해양과학조사 및 어업활동에 대해 유엔 해양법협약상 강제분쟁해결절차 적용이 제한되거나 배제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영토·해양경계에 관한 분쟁이 있어도 유엔 해양법협약상 신의성실한 협력과 자제의무, 적절한 주의의무, 해양환경보호의무 등의 위반을 이유로 강제분쟁해결절차에 회부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완벽한 소송의 차단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중·일 3국의 연안 간 거리는 대부분 400해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한반도 영해 바깥 수역의 상당 부분은 중국과 일본의 대륙붕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권원이 중첩되는 수역이고, 아직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금까지 한·중·일 간에 체결된 경계획정협정은 1974년 한·일 간에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북부구역 경계획정에 관한 협정’이 유일하다.

이같은 경계미획정 수역에서는 어떠한 국가도 온전히 자국의 관할 하에 있는 대륙붕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동일한 수준의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민족 감정과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경계미획정 수역에서도 연안국의 관할권 확대 경향이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례로 서해의 경계미획정 수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대륙붕 탐사·개발을 둘러싼 한·중 간 갈등 사례가 있고, 동해의 경계미획정수역에서는 지난 2006년 일본의 수로측량·해양과학조사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 사례가 있었다.

정책결정자는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도 경계미획정 수역에 대한 독점적이용을 선제적으로 관철하면 주변국과의 권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국제 판례에 의하면 경계미획정 수역에도 규범적틀이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향후 한국은 유엔 해양법협약 질서 내에서 한반도 주변 경계미획정 수역에 적용되는 규범적 질서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관련 국제 판결들의 추이와 학계의 논의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한 이유로 “한반도 주변 경계미획정 수역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항국·인접국의 해양활동이 한국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기도 어려운 규범적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의 종료 이후 대륙붕 경계획정의 최종 합의의 어려움과 자원 갈등 및 동아시아 질서의 불안정성을 고려해 한·일 양국은 안정적인 대륙붕 공동개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유엔 해양법협약상 강제분쟁해결절차에 적극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국회가 국제분쟁에의 대응을 염두에 둔 법안의 개정과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가 제안한 선제적 법안은 ▲'국가소송법' 개정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국제분쟁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외교부 국제법률국 산하에 국제분쟁대응과 설치 근거 마련(정부조직법 개정) ▲'국제법의 교육·연구·보급 및 더 나은 이해를 위한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등이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은 한반도 주변의 경계미획정 수역에서 한 국가의 일방적 해양활동으로 분쟁이 발생시 유엔 해양법협약상 강제분쟁해결절차의 적용 또는활용 가능성에 대비해야하고, 한국이 피소국이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제소국이 돼 유엔 해양법협약상의 강제분쟁해결절차를 활용하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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