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감시·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대폭 강화
정부·여당 주도에 야당 김종인까지 찬성
박용만, 반기업법으로 규정…"기업 생사 위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정기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재계가 공정거래 3법에 대해 자율성 악화 등을 이유로 반발하는 가운데, 야당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법 통과에 찬성하면서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2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공정경제 3법의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공정경제 3법으로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근절하고, 기업 지배 구조 개선과 금융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우선 상법 개정안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회사 손해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핵심으로 포함됐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한다. 개정된 상법에는 감사위원회 의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서 3%로 제한된다.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의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투기자본에 휘둘릴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사회적 비난이 큰 가격담합 등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앞으로 가격·입찰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의 경우 누구나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도 가능해져 고발·수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돼 대상 기업이 늘게 된다.

해당 기업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커진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금융 지주회사가 없는 대형 금융 그룹의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협의회를 만들고, 그룹의 주요 위험요인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삼성, 현대자동차 등 6개 복합금융그룹을 규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당론 모으는 김종인 “재벌 대변 말아야”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국민의당은 우선 당론 수렴에 나선다. 다만 야당의 총수격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혀 법 통과에 힘이 실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1일 당내 소속 의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우리가 너무 재벌 입장을 대변할 필요는 없다. 부자·재벌만 옹호하는 당으로 비치면 안 된다”면서 “국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잘 배분되도록 법안을 만들자”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3법의 주요 내용이 김 위원장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로 있을 때 대표발의한 상법개정안에도 담긴 방안인 만큼 찬성의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 반발 기류도 상당해 당론 수렴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에서도 찬성 입장이 어느정도 나온 만큼 이번 회기 내에 공정경제 3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여야가 협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이 처리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관련 상임위에서 해당 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야당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입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입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 반발 “기업 활동 위협할 수 있어”

재계에 따르면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업계의 불만이 커지면서 정치권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기업 환경에서 지나친 규제가 가해져 기업 활동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대표격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경제 3법 추진이 ‘일방통행식’이라고 비판했다.

박용만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은 매일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해 기업들이 사면초가"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추진되는 경제 입법에 대해 전부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방법과 절차 모두에 문제가 있는 만큼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부작용, 대안까지 토론하며 옳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계에서 수차례 의견을 내고 설득을 하는데도 마이동풍식으로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개정 규정 간 상충 여부, 예상되는 부작용 차단 장치, 법 이전에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 등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대한상의는 주요 입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21대 국회 개원 이후 3개월간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을 284건이나 발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20대 국회와 비교해 약 40% 늘어난 것이다.

대한상의 뿐만 아니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도 나서 국회를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전달해 법 개정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여야는 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달 말부터 법안 심사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정경제 3법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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