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태양광 설치량 2GW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국산 태양광 모듈 점유율 67.4%…1년 전대비 12.4%p↓
중국산 모듈 수입 2017년 2.4억달러→상반기만 2억달러

'한국판 뉴딜'이 나온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 뉴딜과 관련된 후속 정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그린 뉴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는 등 에너지 정책 대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을 이끌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발전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꾸준히 늘려나가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설비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 수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태양광 설치량은 2.09GW로 지난해 상반기(1.30GW)에 비해 크게 늘었다.

태양광 설치량이 2GW를 넘긴 것은 반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이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연간 태양광 설치량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 상반기 태양광 설치량 중 국산 설비는 1.4GW로 지난해 상반기(1GW) 보다 40% 증가했다.

그런데 눈여겨 볼 대목은 중국 태양광 발전설비업체들의 국내 시장 잠식이다.

◇ 중국산 태양광 모듈 한국시장 점유율 32.6%

태양광 모듈의 경우 국산 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67.4%다. 이는 1년 전(79.8%)보다 12.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국산 모듈 사용 비중은 2017년 73.5%에서 2018년 72.5%로 떨어졌다. 2019년 78.4%로 다시 높아졌지만 올 상반기에는 67.4%로 다시 낮아졌다. 나머지 32.6%는 중국산 제품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1년 전체) 21.6%에 비해 11%포인트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다.

그 만큼 최근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중국 내부 사정도 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시장은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삭감과 코로나19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모듈 공급이 초과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중국 태양광 설치 규모는 2017년 53GW에서 2018년 45GW, 2019년 30GW로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국내 판로가 줄어들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한국시장 등 해외진출을 늘리고 있다는 게 에너지관리공단의 분석이다.

한국의 중국산 모듈 수입액은 2017년 2억4000만달러에서 2018년 2억2000만달러, 2019년 3억7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 기준 이미 2억달러를 넘겼다.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율과 중국산 모듈 수입액. [자료:한국에너지공단]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율과 중국산 모듈 수입액. [자료:한국에너지공단]

◇ 1~7월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액 작년보다 14.4% 증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액은 2억41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했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선택하는 국내 발전사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REC 가격은 2017년만 하더라도 128.6원/kWh이었지만 2018년 94.9원/kWh, 2019년 60.4원/kWh, 지난 7월 현재 42.8원/kWh까지 폭락했다.

여기에 일부 국내 모듈업체의 고출력 모듈 생산(대면적 웨이퍼 활용)을 위한 공장 증설을 위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국내 태양광 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안정적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주요 태양광 보급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하면 자국산 모듈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태양광 설치 순위별 자국산 모듈 공급 비중(2019년말)을 보면 1위의 중국(90% 이상 추정)이 압도적으로 가장 높고, 2위 미국(6%), 3위 일본(17.6%), 4위 독일(통계미확보), 5위 인도(7%, 2017년 기준) 순이다.

해외수출도 늘고 있다. 미국·유럽 시장을 공략해 올해 상반기 모듈 수출액은 5억7300만달러로 수입액(1억7200만달러)의 3.3배에 이른다.

다만, 해외기업들도 대규모 증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부분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때문에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성과가 국내 태양광 산업계의 실질적 성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료:산업통산자원부]
[자료:산업통산자원부]

예를 들어 최저효율제와 탄소인증제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을 고효율・친환경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 최고 효율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개발 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 노력을 지속적 추진하는 한편, RE100과 그린 뉴딜 등 정부에서 추진 중인 신규시장 확보 계획에 맞춰 기업의 투자확대 등 규모의 경제 확보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탄소인증제 도입…태양광 모듈 시장 판도 바뀔까?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최근 자료를 통해 “국내 태양광시장이 올해 4GW 보급이 확실시되며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4GW 규모의 시장은 세계 5위권 시장으로 지속적인 성장 배경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계획, 그린뉴딜과 RE 100 그리고 태양광 R&D 혁신전략 등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어 "올해 하반기 도입된 탄소인증제로 인해 국내 태양광시장은 저탄소 고효율이 특징인 국산 모듈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며 "태양광 소비자들도 친환경, 고효율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는 태양광 모듈 제조 과정(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에서 배출되는 단위 출력당(1kW) 온실가스 총량을 계량화(CO2·kg)하고 검증하는 제도이다. 온실가스 총량은 태양광 모듈 제조과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배출량과 소비된 전력생산을 위한 배출량을 합산해 평가한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국내 태양광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탄소인증제가 시행되면서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태양광 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해 왔던 중국업체들도 탄소인증제에 맞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일정부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친환경·고효율을 추구하는 트렌드까지 더해지면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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