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기후위기 대응 결의안이 마침내 21대 국회에서 채택됐다.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에서 재석 258인 중 찬성 252인, 기권 6인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채택을 가결했다. 

결의안은 가뭄, 홍수 등 기후재난이 증가하고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 상황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하도록 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회가 기후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1.5℃ 특별보고서 권고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권고다.

이어 정부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상향하는 데 힘쓰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목표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해 국제사회에 제출, 이를 위한 정책의 수립 및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내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위'를 설치해 기후위기 대응 관련 예산 편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법·제도 개편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더불어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 극복 등을 노력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 준수를 명시했다.

이번에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자 무엇보다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여러 환경단체 중 가장 먼저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우리나라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적극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참정권 캠페인 팀장은 "인류의 일상과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여야 정치인이 한목소리로 이번 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결의안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가 공언한 대로 구체적인 정책을 세워 기후위기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국회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 결의안 통과 분석'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보다 앞서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한 영국, 유럽연합(EU)처럼 행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의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행정부에 해당하는 영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기후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EU는 1300조원에 달하는 '그린딜' 정책의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61개국 가운데 58위로 최하위권 평가를 받는 한국에 이번 결의안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법안 도입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결의안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기후위기 비상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들을 세워야 하며, 특히 정부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도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현재 정치권이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에서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5도 목표와 파리협정 준수를 위해 한국의 2030년 목표는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축돼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애초 발의됐던 4개안 중 단 하나만 2030년 감축 목표를 제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의안은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 김성환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각각 발의한 4개의 결의안이 병합된 대안이다. 4개의 발의안 가운데 2030년 감축 목표를 2010년 대비 50%로 명확하게 제시한 건 강은미 의원안이 유일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여러 정당의 발의안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이 모호하고 혼랍스럽게 담겼다"며 "'양보와 타협, 이해와 배려의 원칙'에 따라 환경과 경제가 공존할 수 있다는 명제는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을 저해하고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와 국회까지 비상선언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