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금융업계가 최근 테크핀 기업의 도약과 코로나19의 대두로 디지털 금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금융업계의 디지털 금융 변모 노력 중 하나로 떠오르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금융업계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어떻게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KB국민은행이 금융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 기술 혁신의 방안으로 디지털 사업을 전환하는 ‘더 케이(THE K)’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KB국민은행이 금융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 기술 혁신의 방안으로 디지털 사업을 전환하는 ‘더 케이(THE K)’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KB국민은행이 금융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 기술 혁신의 방안으로 디지털 사업을 전환하는 ‘더 케이(THE K)’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더케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생태계를 새로 만드는 작업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크다.

더 케이 프로젝트에는 블록체인을 비롯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 등이 활용된다. 1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으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은 디지털 혁신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증빙자료 보관서비스에 블록체인 활용

국민은행은 더 케이 프로젝트 실시 이전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해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미 2016년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실명확인 증빙 자료의 위·변조를 확인하는 '비대면실명확인 증빙자료 보관'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바일에서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면 비대면 실명확인을 위해 신분증과 이체내역 확인정보 등을 온라인상에서 증빙하게 된다.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온라인에서 증빙하는 자료들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검사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 금융거래 시스템은 거래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신뢰있는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블록체인 등을 통한 분산화된 거래 장부 내에서는 네트워크 참여자들 간의 합의와 검증을 통해 거래를 승인하고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암호화된 값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전달돼 모두의 합의에 의해 거래가 등록되기 때문에 중간에 악의적인 공격자가 데이터를 변조할 수 없다. 데이터 원본 없이도 데이터의 위·변조 여부 검증이 가능해 데이터의 효율적인 증빙도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금융권뿐만 아니라 정부나 공공영역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며 고객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혁신금융 추진 및 상호협력적 관계 구축을 위한 '감정평가서 디지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혁신금융 추진 및 상호협력적 관계 구축을 위한 '감정평가서 디지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은행 제공

◇국내외 블록체인 기업과 협력으로 커스터디 시장 진출

국민은행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보고 국내외 업체들과 기술협력에도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에 디지털자산 보호기술을 가진 아톰릭스랩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톰릭스랩은 금융, 블록체인 설계, 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블록체인 전문기업이다.

양사는 협약을 계기로 디지털자산 보호기술과 스마트컨트랙트 적용 방안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디지털자산 분야의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선다. 또 아톰릭스랩의 혁신 기술과 KB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인프라 및 정보보호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자산관리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더불어 양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금융과의 연관 생태계 조성에도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해치랩스, 해시드, 컴벌랜드코리아 등과 디지털 자산 분야의 전략적 기술 협력을 맺었다.

해치랩스는 디지털자산 지갑 서비스를 하는 블록체인 기업이며 컴벌랜드코리아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한다. 해시드는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다.

업무협약의 내용은 디지털자산의 보관·관리, 관련 규제 변화 공동 대응,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신규 사업 발굴, 블록체인과 금융과의 연관 생태계 조성이 주요 내용이다.

앞으로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화폐, 부동산, 미술품, 권리 등의 자산들도 디지털자산으로 발행되고 거래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필요한 기술과 생태계를 이번 협약을 통해 확보해 나간다는 차원이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에 따라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만큼 가상자산의 커스터디(수탁)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기존 은행권은 가상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나 수탁 서비스처럼 자산을 대신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기존 은행권이 진출하기 쉬운 분야다.

특금법 시행으로 고객의 예치금과 사업자의 고유재산을 분리해 보관해야 하는 만큼 은행을 통한 커스터디가 더욱 필요해진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치랩스 등의 가상자산 전문업체와 손잡고 커스터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감정평가서, 블록체인 활용해 신뢰성 높여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에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혁신금융 추진 및 상호협력적 관계 구축을 위한 '감정평가서 디지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KB국민은행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신뢰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킨 감정평가서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양측은 감정평가서 위변조·부인 방지, 인쇄·발송·보관 비용 절감, 담보대출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추진한다. 이어 드론을 활용한 사진이나 동영상 첨부 등 다양한 입체적 정보를 감정평가에 반영해 디지털 완성도도 높일 계획이다.

김태구 KB국민은행 여신관리심사그룹 대표는 "감정평가 분야의 혁신 서비스 도입을 통해 KB국민은행과 감정평가업계가 동반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감정평가서의 디지털화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대고객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감정평가 분야에서도 혁신금융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 세미나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신용수 기자]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 세미나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신용수 기자]

◇“가상자산 사업도 시도…제도권 규제 내에선 어려워”

국민은행은 앞서 언급된 블록체인을 통한 기술협력 외에 직접적인 디지털 자산 활용방안도 고민했다. 다만 제도권 내에 디지털 자산의 활용법을 찾기 어려운 만큼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조진석 KB국민은행 IT혁신센터장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국회세미나’에서 "디지털 자산이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혁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를 함께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자산과 기존 전통 금융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정기예금을 토큰화해 발행하고 유통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화한 정기예금을 플랫폼에서 사고파는 형식은 전통 금융과 제도권 규제에서 가능한 영역으로 보기 힘들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기존 자산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규제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현행 제도 내에서 한계점은 있지만 국민은행은 가상자산을 사업화하기 위해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센터장은 ”전통은행에서 가장 잘하는 수탁(보관) 업무 뿐만 아니라 보관된 자산을 갖고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서포트가 필요하다“면서 ”자산화에 한계점이 있는 만큼 음원 등 법적 제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꾸준히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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