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홍시가 늘어진 감나무 가지 사이로 휘영청 뜬 보름달 풍경이 우리가 연상하는 한가위 풍경이겠지만, 이번 추석달은 유독 작아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명절 증후군에 스트트레스 받는 사람이 한 둘이랴. 전 부쳐라, 나물 삶아라, 상 좀 내오거라, 대학은 어디로 가느냐, 공부는 잘 하느냐, 취직은 했느냐, 결혼도 해야지...

하지만 고향집에 안 내려갈 핑계는 많기도 하지. 첫째가 고3이에요, 둘째가 아파요, 차가 고장났어요, 하필이면 애아빠가 당직이지 뭡니까, 친어머니가 허리를 다치셔서 이번에 처가로...

그런데 느닷없이 감염병 때문에 일부러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판국이라니 살다보니 참 별 일도 다있다.

갈등과 혼돈속에 찾아온 '코로나 추석'. 4차 추경안 지급 대상과 방식을 놓고 정치권이 '일괄 지원'이냐 '선별 지원'이냐 기싸움을 벌이는 동안 내년 아동학대 방지 예산 700여억 모두 삭감됐다.

취약계층 지원과 공공 와이파이 공약은 뒤로 하고 뜬금없이 꺼내든 통신비 지원 방안, 일괄이냐 선별이냐 오락가락 하더니 결국 중장년 세대를 제외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주고도 욕먹는 꼴이다. 

어느 지역 정치인의 비아냥 가득한 현수막 문구처럼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는 이 한밤에도 어떤 아이는 잠을 잘 자지 못한다. 그렇게 '라면 형제'는 병원 침상에서 고통에 시달리며 창백한 달빛을 맞는다.

도시에서 코로나 묻혀온다는 힐난이라도 들을까 귀성을 포기하는 가족이 있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정부의  간곡한 만류에도 이때다 싶어 여행길에 나서는 가족이 있고, 굳이 개천절에 광화문에 모여들어 난장을 피우겠다는 무리들도 있다.

TV로, 인터넷으로, 휴대폰으로 지내는 '비대면 추석'. 시원한 가을바람도 쾌청한 하늘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도 역시 기분 탓일까.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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