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장 추진 광주·전남 통합에 '속도조절론' 대두
당면 현안 산넘어 산...시민 공론화 과정 구축해야
지역경제 위축 속 광주 인구감소 심각...대안 마련 절실

차정준 선임기자(광주·전남 본부장)
차정준 선임기자(광주·전남 본부장)

[광주·전남=차정준 선임기자] 민선 7기 반환점을 돈 이용섭 광주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시민들은 물론이고 지역 정가와 시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3일 동구 전통문화관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광주·전남 통합 등의 굵직한 당면 현안을 비롯해 공공기관 이전, 선거구 개편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명절인 만큼 덕담도 오고갈만 하지만 이 시장이 뺨을 붉힐만한 뼈있는 이야기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 시장이 시정을 추진함에 있어 공감대가 미처 형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너무 홀로 앞서간다는 지적이다.

광주시가 다음날 발표한 간담회 결과 자료에는 이 점을 의식한 듯 의미심장한 문구가 등장한다. '시‧도 통합 문제는 지역의 미래 발전과 시도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향에서 진정성을 갖고 차분하게 전남도와 협의해 나간다'는 대목이다. 기자는 이 부분에서 '차분하게'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역으로 해석하자면 그동안 이 시장이 선두를 이끌면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뒤를 따르는 행렬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뒤에서 '선두 반보'라는 외침이 나오는 판이니 차분하게 이것저것 살펴보며 행진하겠다는 것이다. 마라톤을 뛰어야 되는데 혼자서 100미터 달리기를 했다는 거다.

기자가 만난 한 시민은 "(광주·전남 통합) 취지는 동감하지만 시민 의견을 청취할 이렇다 할 공청회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시장이 카메라 앞에서 통합 추진을 선언하는 걸 보고 당황했다, 무슨 깜짝쇼 같다"고 말했다.

뜨악한 것은 시민들 뿐만 아니다. 애초 통합 논의 대상인 전남도 측은 이 시장의 '들이대기' 전까지는 무심한 태도를 취하다 마지못해 장단을 맞추는 형국이었다. 기자와 통화한 전남도청의 모 관계자들도 도통 무덤덤한 반응 뿐이다. 그만큼 양 기관의 실무자간 사전 협의나 논의가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전남도는 이 시장의 '열렬한 구애'에 화답, 상생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광주시도 지난달 27일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통합준비단'을 꾸리고 통합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참이다.

이러한 진척 과정을 놓고 이 시장의 '추진력' 덕분이라며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장수는 탄탄한 조직력과 전략전술을 먼저 구비하고 전장에 나서는 법이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지역경제 문제에 관련해서는 어떠할까. 덜컹거렸던 '광주형 일자리'나 적자난에 시달리며 휴폐업을 반복하는 '금호타이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 시장이 흘린 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임기 중반을 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중앙정부와 시의 각고의 노력에도 광주시의 경제지표는 역부족의 결과를 낳았다. 비단 광주시 문제만은 아닐 뿐더러 악재가 작용한 탓도 크지만 이에 대한 불만은 결국 이 시장에게 고스란히 쏠리기 마련이다.

광주에서만 50년 넘게 산 토박이라는 다른 시민은 "먹고 살기 바쁜 게 우리들 사정인데, (이 시장이) 어려운 말은 많이 한 것 같은데 그동안 뭘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의 불만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이 시장이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보이는 행정'은 이 시장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기자회견이 아닌 경제지표 보드판에서 위를 향해 나아가는 '파란 화살표'일 것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주시 인구는 무려 1.2%가 줄었다. 통계청 자료에서는 지난 8월에만 600여명이 광주를 떠났다.

반면 같은 기간 광주시 공무원은 6천200여명에서 7천400명으로 19% 가까이 늘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였다. 공무원 수가 늘어난 만큼 시정업무 생산성이나 밀도가 높아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광주시 인구(145만4천명)에 전남도 인구(185만2천명)을 더해도 경기도 인구(1370만명)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북도(180만7천명)까지 끌어들여야 '메가시티(초광역단체)'라 불리울 만한 머릿수(500만)를 겨우 채운다.

이 시장이 이러한 현황을 모를 리는 없겠지만 그가 구상한 '빅픽처'에는 보다 엄밀한 분석과 전망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날 불현듯 닥친 코로나19처럼 통합 과정에서 어떤 예상 밖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지난한 대장정에서 이 시장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어깨동무'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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