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총수 교체…정의선 시대 열려
코로나19 속 '실적 회복' 최우선 과제
지배구조 개편, 전기·수소차 논란 극복해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며 ‘정의선 시대’가 공식적으로 개막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며 ‘정의선 시대’가 공식적으로 개막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며 ‘정의선 시대’가 공식적으로 개막했다.

앞서 정의선 신임 회장은 2년 전부터 사실상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했으나 공식적으로 회장 직함을 달면서 현대차그룹은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하게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신임 회장의 선임건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정 신임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후 7개월 만에 그룹의 공식적인 수장이 됐다.

정 신임 회장은 앞으로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코로나19 위기 돌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70년생인 정 신임 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 신임 회장은 그동안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고 외부 인재 영입과 글로벌 협업·투자 등으로 성과를 내며 그룹 안팎에서 입지를 굳혀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정 신임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만만찮은 과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과제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실적을 회복하는 문제부터 시작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미래산업으로 꼽고 육성 중인 전기·수소차의 안정성 논란 등이 꼽힌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반 토막이 나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5903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52.3%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위축과 해외공장 가동 중단 등의 충격 탓으로 보인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서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고 신차도 잇달아 출시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이 동반 부진해 세계 자동차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내 부진이 두드러진다. 2016년 현대차 중국 판매는 114만2016대로 시장 점유율이 5.1%였지만, 지난해 65만123대에 시장점유율 3.1%로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열린 '2020 제16회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중국형 신형 아반떼와 신형 투싼을 선보이며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 공략에 더 박차를 가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연말이나 다음해초 SUV 모델인 GV80을 앞세워 중국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는 GV80 중국 출시를 위한 인증작업이 진행 중이며, GV70을 비롯해 앞으로 출시될 차량에 대한 상표등록 작업도 나섰다.

정의선 신임 회장 취임 메시지 영상.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신임 회장 취임 메시지 영상. 현대차그룹 제공

또 재계에서는 2년 전 완수하지 못했던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이 정의선 신임 회장의 선임으로 인해 재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으로 복잡하게 꼬여있다.

현대차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 신임 회장의 입장에서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 신임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차 2.35%,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57% 등이다.

정부가 소수의 자본으로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정 신임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었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현대모비스의 3개 주력사업(모듈, AS, 핵심부품·투자) 가운데 모듈·AS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정 신임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개편이 실행됐다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계열사로 단순화된다.

그러나 모비스 보통주를 보유한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글로비스로부터 모비스가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난색을 보였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까지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개편은 무산됐다.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의 재추진은 2년 동안 얼마만큼의 보완과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달려있다.

2018년 부회장이었던 정 신임회장이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할 것"이라고 직접 밝힌 지 2년이 지나 이미 개선된 개편안의 윤곽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개편안으로는 모비스를 인적 분할한 뒤 재상장을 통해 시장 평가를 받고 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이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투자 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 제공

이외에 정 신임회장이 천명해온 전기차와 수소차 육성 전략도 최근 암초를 만났다. 이는 국내외에서 전기차 ‘코나EV’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작된 코나EV 7만7000대를 리콜한다. 현대차는 기존에 출시한 전기차 코나EV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다면 이미지 구축에 큰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막고자 대규모 리콜로 소비자의 불만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다음 해에는 준중형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해 글로벌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기에 전기차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에 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후발주자인 현대차그룹이 넘어서야 하는 리더십도 더욱 필요하다,

여기에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소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이달 초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아직 현대차의 구체적인 중고차 사업 방식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진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대기업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할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판매업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여러 당면 과제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정 신임회장을 중심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인류의 삶과 행복에 기여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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