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부동산 대책' 이후 증여 통한 주택거래 크게 늘어
서울의 경우 2018년 9.4%에서 올 8월 18.5%로 높아져
"싸게 팔고 세금 부담하느니 자녀에게 물려주는게 나아"
시세에 나온 매물 간혹 거래되면서 시세 떠받치는 역할

서울지역 증여를 통한 주택거래 건수와 주택거래 중 증여 비율. [자료:한국감정원]
서울지역 증여를 통한 주택거래 건수와 주택거래 중 증여 비율. [자료:한국감정원]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가 지속되면서 증여를 통한 주택거래가 늘고 있다. 특히,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구의 경우 매매보다 증여로 인한 거래가 더 많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를 압박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하고 이를 통해 주택시장도 안정시킸다는게 정부의 의도이지만, 현실은 "싸게 팔고 양도세 등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아이들에게 물려 주는게 났다"는 증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매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값 흐름도 요지부동 강보합 시세가 지속되고 있다. 집값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싼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비싼 호가에 나온 매물이 간혹 거래되면서 시세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14일 한국감정원의 거래원인별 주택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들어 8월까지 서울지역 주택거래건수는 19만2820건으로, 이 가운데 증여로 인한 거래가 11.3%인 2만1850건이었다.

증여로 인한 주택거래 비중이 지난 2018년 6.5%, 2019년 7.1%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들어 큰 폭으로 높아진 것이다.

주택 증여는 고가주택이 많은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특히 많았다. 증여로 인한 주택거래 비중은 강남구가 19.4%였고, 서초(20.6%)는 20%가 넘었다. 송파(13.0%)와 강동(17.8%)도 서울 평균 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강북구(7.4%)와 도봉구(7.3%), 노원구(10.1%)는 서울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또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다고 평가받고 있는 금천구는 증여 비율이 6.1%에 그쳤고, 구로구(9.6%)도 한 자리수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것은 8월이다. 서울 전체로 볼 때 8월 증여로 인한 주택거래는 18.5%로 1월(9.4%)에 비해 배로 늘었고, 특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40.7%)는 40%를 넘었다. 서초구도 38.0%에 달했다.

이처럼 8월에 주택 증여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도 괴를 같이 한다.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 6%, 양도소득세율 최고 72%까지 올리는 내용의 '7·10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증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 내 일정 가액 이상의 주택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경우 취득세를 12%까지 적용(8월 12일 시행)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까지 나오자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 보다는 미리 자녀들에게 증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거래 중 매매 대비 증여 비율. [자료:한국감정원]
주택거래 중 매매 대비 증여 비율. [자료:한국감정원]

증여가 늘어나면서 매매보다 증여가 더 많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매매와 증여 비율이 지난 1월만 해도 20.9%(매매 579건, 증여 121건)에 불과했으나 8월에는 103.6%(매매 450건, 증여 466건)로 증여가 오히려 매매를 추월했다. 서초구와 송파구 역시 매매 대비 증여 비율이 각각 69.3%와 57.4%에 달했다.

매매 대비 증여 비율이 서울 평균 28.3%인 것을 감안하면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에서 증여를 통한 매매거래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도하는대로 다주택자들이 증여가 아니라 시장을 통해 집을 팔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반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는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양도세 부담 때문에 팔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팔고 싶은 사람들이 팔 수 있도록 거래세(양도세 등) 인하 등 정부가 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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