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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기사 극단 선택' 갑의 횡포에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
'로젠기사 극단 선택' 갑의 횡포에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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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지난달 3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택배 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을 앞둔 지난달 3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택배 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로 인해 한 택배 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올해 목숨을 잃은 택배기사는 11명이 됐다.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경남 진해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50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오전 2시 30분께 동료에게 자필로 작성한 2장짜리 유서를 촬영해 메신저로 보냈다. '억울합니다'로 시작되는 유서에는 택배 사업을 하면서 시설 투자, 세금 등으로 수입이 적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호소가 담겼다.

아울러 지점장 등이 직원 수를 줄이고 수수료를 착복하는 등 업무를 떠넘겨 부당함을 겪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한여름 더위에 하차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150만원이면 사는 중고 이동식 에어컨을 사주지 않는다',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작업 자체를 끊고,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장을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 등 사내에서 겪은 부당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든지,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 고 했다. A씨는 평소 동료들과 업무상 애로사항에 관해 의견을 나눠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동료에게 보낸 유서 외에 부모에게 '생활고에 시달려 빚이 많으니 상속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5∼6줄짜리 자필 유서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A씨의 가족, 지인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A씨가 평소 채무가 많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호소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사망을 두고 이날 정치권에서는 사고 방지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20일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고인은) 과도한 권리금 등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원도 못 버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수입이 적어 신용도가 떨어지고 원금과 이자 등을 한 달에 120만원 정도 부담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 같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멈출지 환노위에서 같이 국감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다수가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거론됐다. 현행법상 택배기사를 포함한 14개 특고 직종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8일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 씨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다. 김씨의 신청서는 관련 업무를 대행한 회계법인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이원영 의원은 "신청서가 대필이나 허위로 작성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이같이 허위로 작성된 경우를 전체적으로 조사해 하루빨리 조치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택배 대리점장을 상대로 택배기사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장의 압력이 작용하는지 추궁했다. 윤 의원은 증인이 운영하는 대리점 택배기사들의 신청서에서도 비슷한 필적이 다수 발견됐다며 대필 의혹을 제기하고 "대리점장이 근로자들에게 강요했는지(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대리점장은 업무에 바쁜 택배기사가 신청서 작성을 동료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며 "맹세코 제가 압력을 행사해 '이것(신청서)을 써야 한다', '산재보험에 들면 안 된다'라는 말은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며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 특고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특고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사고나 질병을 당해 산재 승인을 신청하면 승인 비율이 근로자보다 낮은 현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산재보험 적용 제외는 저희 당 소속으로 할 말이 없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에 관한 과거 당의 대응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그 부분(특고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에 대해서는 뭔가 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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