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탑차의 바퀴는 잘도 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물량을 밀어내고 쳐내느라 그들은 오늘도 뛰고 또 뛴다.

발바닥이 박박박 닳도록 뛰어도 세상은 삐까번쩍 거꾸로 돈다. 방귀깨나 뀐다는 고관대작들이 룸살롱에서 양주를 들이키며 분냄새를 맡으며 웃음꽃을 피울 때, 그들은 잔업철야 지친몸 소주로 달랠 겨를도 없이 자신의 땀냄새를 맡으며 겨드랑이에 말라 붙은 소금꽃을 털어낸다. 

그렇게 택배 노동자들은 오늘도 죽어 나가고 있다. 올해만 유명을 달리한 택배 노동자는 어느새 11명. 말이 좋아 '소장님'이지 사실 '배달 노동자' 불과한 신세이거늘, 관행이라는 이유로 산재보험 '제외' 신청을 한 탓에 죽음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도 막막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자정을 넘긴 시간에 현관문 앞에 도착한 택배도, 서둘러 계단을 뛰어달리는 택배기사의 가뿐 숨소리도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우리들.

검사, 변호사들은 그 시각 룸살롱에 모여 열심히 돈을 불릴 궁리를 하고 계셨다는 말씀.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펀드 사기사건에 얽힌 정치인이 여야를 안 가리고 다수. 연구비 타낸 교수님들도 참 부지런히 들락거린 모양. 오늘도 그들만의 아지트에는 나리 나리 개나리가 만개를 했도다.

노동의 가치는 개나 주라지, 땀은 거짓말을 않는다는 격언 따위에 현혹되면 바보라지. 어차피 세상을 움직이는 놈은 따로 있고 버는 놈도 따로 있으니, 보라, 나리들의 밤은 저 천한 노동자들의 밤보다 아름답지 않은가, 브라보! 찬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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