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율 시대의 평생절세통장 '연금저축계좌'

‘인생은 해석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다(그렇다고 이 말을 잘 실천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와 비슷한 비유가 ‘물이 2분의 1만 담긴 유리컵’이다. 물이 절반이나 담겼다고 해석하는 것과 반밖에 담기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엔 큰 격차가 존재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프레임’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세상을 볼 때는 실체 전부가 아닌 자신의 틀(프레임)을 통해 본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쩌면 세상 풍경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창문틀을 갖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고세율 시대 평생절세통장 '연금저축계좌' (이미지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제공

투자 분야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어쩌면 어떤 심리적 인식틀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분야일수 있다. 돈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같은 돈이라 하더라도 어떤 프레임으로, 어떤 의미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돈에 대한 의사결정은 사뭇 달라진다. 같은 1천만 원이라도 아껴 모은 돈과 공짜로 생긴 돈은 씀씀이 방식이 다르다. 논리적으로 모순된 행동이지만 인간은 이처럼 돈에도 감정을 개입시킨다. 투자 스타일에서도 프레임은 중요하다. 자신을 장기투자자로 인식하는지, 단기투자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종목 선택이나 매수·매도 시점이 달라질 것이다.

연금저축계좌와 프레임

드물지만 금융상품을 이용할 때도 프레임 설정을 잘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연금저축계좌’가 대표적이다. 통상 연금저축계좌를 포함해 대부분의 연금상품은 퇴직 전까지 저축이나 투자로 돈을 불린 후 일정시점부터 인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시점, 예를 들어 55세, 60세, 65세 등의 연금지급 개시 시점이나 연금수령 가능 시기를 정해 놓는 경우가 흔하다.

연금저축계좌를 바라보는 또 다른 프레임은 ‘세액공제’이다. 소득이 있는 사람이 이 상품에 가입하는 매년 일정금액(연간 400만 원)에 대해서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함께 가입하면,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7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대부분 이 세액공제 한도에 맞춰 불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세 구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연금저축계좌의 불입금액을 늘리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연금저축계좌는 세액공제 한도 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불입할 수 있다. 연간 1천800만 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만일 1천800만 원까지 불입하면, 400만 원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받는다는 얘기이다. 여기서 세액공제 받은 불입액은 어떻게 될까. 나머지 금액은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으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단 이는 원금에만 해당되는 얘기이다. 발생한 이자나 수익이 있다면, 연금소득세를 3.3-5.5%내야 한다.

평생절세통장 활용법 

이상건(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이상건(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연금저축계좌를 연금이나 세액공제 프레임 외에 평생절세통장이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일단 연금저축계좌에서 연금 개시 후 연간 1,200만 원 이하로만 받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종합소득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연간 1,200만 원만 이하로만 수령하면 연금소득세 납부로 모든 세금 문제는 종결된다. 여기에 연금저축계좌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해외펀드에 적용되는 배당소득세 15.4%가 아닌 연금소득세를 적용받게 된다. 물론 세액공제 받지 않는 원금 자체에는 과세가 되지 않고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 이연 효과도 있다. 연금계좌에서는 이자와 배당, 매매차익 같은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인출 전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운용 중에는 배당소득세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전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시기를 늦추고 종합과세를 피하고자 한다면, 세액공제 한도 이상을 납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 시대, 절세 상품 가치

게다가 나이 들어서도 소득이 있으면 계속 불입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계속 불입하면서 매년 1,200만 원까지만 인출하면, 평생절세통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액공제+분리과세+과세이연’ 혜택을 평생토록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본격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수록 세금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아니 이미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며,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서는 증세 외에 다른 방법의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 1차적으로 부자 증세가 이뤄질 것이고, 그래도 부족하면 더 과세 대상과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부동산 증세, 주식 양도차익 증세 등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고세율 시대가 되면, 당연한 얘기지만 세금을 내지 않거나 절세를 할 수 있는 투자대상의 가치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연금저축계좌는 고세율 시대에 진입할수록 점점 그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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