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근거로 분사 반대
의결권 자문사 등은 분사에 찬성의견 권고
"30일 주총서 표대결 결과에 주목"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나선 가운데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나선 가운데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나선 가운데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이 LG화학의 2대 주주에 해당되는 만큼 오는 30일로 결정된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7일 제16차 위원회를 열어 LG화학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배터리사업 분할계획서 승인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반대 결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이견을 제시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현재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부가 분할되면 신설 법인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LG화학의 2대 주주다. LG화학의 지분율을 보면 LG와 특수관계인(34.17%), 국민연금(10.20%), 1% 미만 소액주주(54.33%) 순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 결정이 예상 밖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비롯해 글래스루이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LG화학의 물적분할 방안에 대해 찬성 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주총에서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LG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비교적 높긴 하지만 국내 기관 및 소액주주 비율은 19%로 무시할 수 없고 외국인 주주도 40%에 달하다. 이에 업계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결정한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 분할이 확정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물적분할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만 이뤄진다.

LG화학도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인데 국민연금에서 반대 의견을 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번 주총에서 승인 결정을 받으면 오는 12월 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었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주총에서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주총에서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LG화학이 지난 9월에 분할을 발표한 이후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했다.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새로 설립되는 분할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가 아닌 기존 회사가 신설 법인의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즉, LG화학이 새로 설립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당장 이번 분사로 기업가치나 주주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분사 후에도 계속 LG화학 주식만 보유하게 되고 분할된 사업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진다.

개인 투자자들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나눠가져야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LG화학의 이번 결정이 주주가 아닌 회사의 입장만 반영된 결정이었다고 보고 비난하고 있다.

분노한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토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청원자는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며 “전기차 관련주, 배터리 관련주라고 생각해서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분사를 하면 투자한 이유와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된다”는 글을 작성해 많은 수의 동의를 받고 있다.

한편, LG화학의 배당 확대가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고 오는 2022년까지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이를 LG화학의 과다 배당으로 보고 합리적인 배당정책에 위배했다는 판단을 내리며 LG화학 배터리 분사에 반대표를 던지게 했다는 것이다. 과도한 배당 계획 발표가 물적분할로 인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연금의 판단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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