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투자금 5146억, 실사결과 401억 회수가능
금감원, 피해자 구제위한 분쟁조정 방안 마련 중
'계약취소'·'다자배상’ 등 분쟁조정안 법리 검토

문 닫힌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연합뉴스
문 닫힌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환매 중단으로 묶인 5000억원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서 회수 가능한 금액이 10%에도 못 미칠 것이란 실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피해 구제를 위해 계약취소 등 분쟁조정안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삼일회계법인이 실시한 옵티머스 펀드 회계 실사 보고서에서 전체 펀드 원금 5146억원과 비교해 예상 회수율이 최소 7.8%(401억원)에서 최대 15.2%(783억원)에 불과하다.

삼일회계법인은 옵티머스의 총 46개 펀드(원금 5146억원)에서 나간 자금 가운데 최종투자처가 확인된 63개 투자처를 대상으로 실사를 벌였다. 이들 63개 투자처에 투입된 펀드자금은 3515억원이다. 투자 유형별로 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1277억원, 주식 1370억원, 채권 724억원, 기타 145억원 등이다.

실사 결과 투자금액 3515억원 중 회수가 의문 시 되는 C등급이 2927억원(83.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액회수가 가능한 A등급(45억원)과 일부 회수가 가능한 B등급(543억원)은 16.7%에 불과했다.

46개 옵티머스 펀드에 유입된 돈은 펀드 설정금액(5146억원)에 이자와 외부 유입자금을 합쳐 모두 5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최종투자처에 투입된 3515억원을 제외한 2200억원가량은 횡령이나 돌려막기 등으로 실사가 불가능했다고 삼일회계법인은 설명했다. 회수율을 파악할 수 없는 사라진 돈이라는 뜻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기준가 산정 관련 자율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 구제를 위한 분쟁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책임 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제공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책임 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제공

이에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처럼 계약 취소에 따른 원금 전액 반환안, '펀드 판매사-수탁사-사무관리사'에 다자 책임을 묻는 안 등 다양한 분쟁조정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을 위한 법률적 쟁점 사항을 검토 중이다.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에 착수했고 공정성·객관성 담보를 위한 외부 법률 검토도 맡겼다.

지난 10월 말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모두 265건이다.

최대 화두는 라임 일부 펀드에 적용됐던 '계약 취소'가 옵티머스 펀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다. 이 경우 계약 자체가 무효가 돼 원금 10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은 뒤 실제로는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 업체들의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펀드 성격이 짙은 만큼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아닌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라는 점, NH투자증권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라며 법적 대응 절차를 밟고 있는 점 등 때문에 이러한 법리 적용 가능성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 분쟁조정안처럼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옵티머스 펀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계약할 당시에 이미 '없는 상품'(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투자 제안을 해 착오를 일으켰다는 해석도 있기 때문이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란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의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 자체를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그러나 펀드 계약체결 당시 투자원금의 최대 98%에 달하는 부실이 발생했던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 펀드를 같은 사안으로 보긴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확정적으로 제시됐는지, 변경 가능성이 고지됐었는지 등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사-수탁사-사무관리회사'에 공동 배상 책임을 물리는 방안도 새롭게 검토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 NH투자증권 이외에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도 펀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분쟁조정에서 '다자 배상안'이 제시됐던 선례는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치열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적 성격을 띠는 분쟁조정안은 모든 당사자가 수락해야 효력이 인정되는데, 다수의 금융회사가 수긍할만한 배상 비율을 도출해내기 어렵다는 것도 금감원의 현실적 고민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으로 법리 검토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취소'나 '다자 배상안' 등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날 경우 '불완전 판매'에 따른 통상적 분쟁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불완전 판매의 경우 배상 비율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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