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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의 꿈 너머 꿈] 꿈과 희망, 청년 특권이다
[고도원의 꿈 너머 꿈] 꿈과 희망, 청년 특권이다
  • 고도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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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제공=아침편지문화재단)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제공=아침편지문화재단)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만 하는 한겨울이 다가온다. 미증유의 일이나 독감 없이 겨울을 넘긴 적이 없는 우리이기에 능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본다. 한겨울에 더 움츠릴 수밖에 없는 이웃이 많아진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이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연애와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N포 세대'의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포기는 무엇일까? 기성세대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제와 갈수록 멀어지는 청년들이 이것들을 포기한다고 해서 삶의 전쟁에서 패배한 것일까?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꿈과 현실은 하나가 아니다. 전혀 다르다. 그러나 하나로 이어져 있다. 꿈은 현실이 아니다. 이상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미래의 목표이자 방향이다. 꿈은 오늘의 현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의 현실이 내일의 이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흔히 꿈과 직업을 혼동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둘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른 것이기도 하다. 자기의 꿈과 직업이 일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은 드물다. 젊은 시절엔 특히 더 그렇다. 많은 이들이 그 엇갈림 속에서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딜레마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다.

세계은행 김용 총재의 이야기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아들에게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크도록 늘 격려했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자신도 무언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어머니가 그에게 '이상'을 심어주었다면, 아버지는 '현실'을 알게 해주었다.

6·25 때 열일곱의 나이로 혼자 남으로 내려와 온갖 고생을 하며, 치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갔던 그의 아버지는 그만큼 현실의 문제를 잘 알았다. 아버지는 큰 꿈을 가지려거든 기술과 실력부터 키우라고 아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들어갔다. 대학원에서는 인류학을 공부했다. 언뜻 다른 듯한 이 두 가지 공부의 결합은 그의 인생 역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중남미 등 빈민지역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의료구호 활동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에이즈 치료를 위한 활동도 펼쳤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트머스대학 총장에 이어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되었다.

젊을 때 경험들은 

꿈을 이루는 밑천이다

만약 그가 의사에만 머물렀다면 세계은행 총재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의료구호 활동에 헌신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꿈과 현실, 이상과 직업은 딜레마가 되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위대한 꿈 먼저 세워라. 그리고 기술과 실력을 다져라. 그 이후에 얻어지는 직업은 그 어떤 것이든 자신의 위대한 꿈을 실현시켜 주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문제라는 현실에 부딪혀 고민할 수도 있다. 한 청년이 배우를 꿈꾸는데, 생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나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하라”고 답해 주었다. 배우의 길은 쉽지 않다. 한순간에 스타가 될 수도 있지만, 긴 터널 같은 무명의 시기를 견뎌야 할 때도 많다. '명배우'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랜 무명시절을 버티며 근성과 연기력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단역 하나를 따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10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 사이 생활고를 해결하느라 온갖 허드렛일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난 후엔 그만큼 삶의 내공이 쌓여서 누구보다 깊고 탄탄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불우함과 고난의 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불행의 세월이 되지만, 어떤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창작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다. 배우, 화가, 작가, 가수, 작곡가 등 예술가의 길을 가는 이들은 '긴 고생의 터널’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초기의 경제적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분야일수록 시작과 함께 바로 경제적인 문제까지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그 어떤 궂은일이라도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자기 실력을 키우는 일을 계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꿈이 먼저냐 돈벌이가 먼저냐가 아니라 '큰 꿈과 소소한 돈벌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다. 젊을 때는 체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잘 쪼개면 여러 가지를 함께 해나갈 수 있다.

어떤 청년이 학교에 다니면서 영어 학원과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경험들이 꿈을 이루는 밑천이 된다. 또 젊을 때는 하루 일정을 빡빡하게 꽉 채워서 살아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은 자기 체력의 한계치를 알게 된다. 시간을 쪼개어 쓰는 법도 배우게 된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대한 풍부한 삶을 사는 훈련이기도 하다. 이런 훈련은 젊을 때 해놓아야지 나이 들어서 하기는 어렵다.

꿈이 있는 사람은 목표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도 눈빛이 다르다. 반면에 꿈이 없는 사람은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돈은 언제 벌어서 기반을 잡지?'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꿈, 하나의 분명한 목표가 없으므로 현실이냐 이상이냐를 따지며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로 붙어 있다. 오늘의 현실이 나의 미래와 이상을 만들고, 미래의 이상이 오늘의 현실을 잘 살아내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정호승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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