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의료센터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의료센터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북반구가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대륙을 가리지 않고 발병 초기인 올해 봄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최고치가 연일 경신되는 등 재확산 이후 매우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단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90% 이상 효과가 있다는 발표에 희망도 나왔지만 당장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현실은 더 엄혹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2일(중앙유럽표준시) 현재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5184만8여명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는 각국 발표를 토대로 누적 확진자를 535만9000여명으로 집계했다.

지난달 기준 한국 주민등록인구가 5183만8000여명이니 한국인보다 많은 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이날 WHO 기준 전 세계에서 '24시간 내 보고된 새 확진자'는 57만8000여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28만명, 하루 새 보고된 신규 사망자는 9668명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미국은 12일 현재 9일 연속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이 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131만4000여명으로 세계 확진자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자문위원 한 명이 '4∼6주간 봉쇄'를 언급한 것은 이런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국가는 4만6000여명의 프랑스다. 이어 인도(4만5600여명)와 이탈리아(3만4000여명), 폴란드(2만5600여명), 영국(2만2500여명) 순이다. 인도를 빼면 모두 유럽국가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89만8000여명과 4만2900여명이다. 2주 전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이 재발령됐는데도 확진자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이탈리아도 지난달 중순부터 '준봉쇄' 수준의 제한조처를 다시 도입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11일 확진자가 3만2600여명 늘면서 총 102만8000여명이 돼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대인 10번째 국가가 됐다. 사망자는 4만2900여명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영국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29만여명과 5만300여명이다. 특히 12일 신규 확진자가 3만347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은 이달 5일 술집과 식당, 비필수업종 영업을 중단하는 등 2차 봉쇄를 시행했다. 하지만 봉쇄 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아 봉쇄조처에 가뜩이나 구멍이 많은데 도입시점조차 실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른 국가와 다르게 한때 '집단면역'을 방역방침으로 택했던 스웨덴도 최근 처음으로 술집과 식당의 영업을 부분 제한하는 봉쇄조처를 도입했다. 스웨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만6000여명이고 사망자는 6000여명이다.

독일은 비교적 상황이 낫지만 재유행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독일은 12일 확진자가 3만1800여명 늘면서 72만7500여명이 됐고 사망자는 215명 증가해 1만1900여명에 다다랐다. 독일은 이달 말까지 부분 폐쇄조처를 시행 중이다.

호주 골드코스트의 가정집 앞에서 분필로 글을 쓰는 소녀
호주 골드코스트의 가정집 앞에서 분필로 글을 쓰는 소녀.

 

아시아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특히 다른 대륙에 견줘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동아시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일본은 1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651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3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11만4000여명과 1800여명이다.

'방역선진국'으로 꼽히는 한국도 집단발병이 이어지면서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까지 치솟는 등 확진자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 수는 100명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최근에는 열흘 넘게 세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면서 200명대로 증가하더니 결국 300명 선도 넘어섰다.

정부는 대규모 재유행의 중대 기로라는 판단하에 19일부터 서울과 경기, 광주 전역과 강원 일부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워낙 거세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지금의 확산세로 볼때 1.5단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흐름과 맞물려 해외에서 감염된 채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세도 심상치 않아 방역당국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3명으로, 전날(313명)보다 30명 늘면서 이틀 연속 300명대를 나타냈다.이틀 연속 300명대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8월 말 이후 처음이다. 신규 확진자 343명은 8월 28일(371명) 이후 83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달 들어 일별 신규 확진자 수는 124명→97명→75명→118명→125명→145명→89명→143명→126명→100명→146명→143명→191명→205명→208명→222명→230명→313명→343명 등이다.

이 기간에 단 3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200명을 넘은 날은 6차례, 300명을 넘은 날은 2차례다. 더욱이 최근 며칠간은 확진자 증가 폭이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발생' 확진자 증가 추이가 불안하다. 지역발생 확진자는 코로나19의 유행 확산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이달 11일(113명)부터 9일 연속 세 자릿수를 이어갔다. 최근 사흘간(202명→245명→293명)은 연속으로 200명대를 기록했는데 이날은 3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특히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외에도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소규모 감염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비수도권의 지역발생 확진자가 1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27일(121명) 이후 첫 100명대 기록으로, 그만큼 코로나19가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8∼9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에 이어 '3차 유행'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재재확산'의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가 시작된 곳이지만 이후 강력한 봉쇄조처로 비교적 빠르게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자부하는 중국은 외국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자 입국자에게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는 등 검역을 강화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