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소하리공장. 연합뉴스
기아차 소하리공장.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한국GM에 이어 기아차도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연말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연쇄 파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위기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피해는 협력업체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오는 24∼27일 하루 4시간씩 단축 근무하는 방식의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기아차 국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캐파)이 148만대가량임을 고려해 하루 평균(연간조업일수 255일 가정시) 5800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이번 나흘간의 부분파업으로 1만16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부분파업으로 기아차는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이는 ‘한집 식구'인 현대차와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나서 노조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파업하지 않을 경우 성과급 150%와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이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의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교섭 결렬 이유다.

노조 측은 "사측이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을 뿐 노조 측 교섭단이 결단할 수 있는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교섭은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를 기록하고, 미국 시장에서도 9월 판매량이 현대차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던 상황이다.

피켓 시위하는 한국GM 협신회. 연합뉴스
피켓 시위하는 한국GM 협신회. 연합뉴스

기아차보다 먼저 파업에 들어간 한국GM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한국GM협신회는 지난 19일 피켓시위와 함께 '살려달라'는 호소문을 내고 "생산 차질이 생기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는 부도 발생 등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해 한국GM 부품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도 일부 협력업체는 전기세는 물론이고 직원들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GM 노조가 쟁대위 결정대로 20일까지 부분파업을 하게 되면 부분파업 일수는 지난달 30일부터 총 12일이 된다. 여기에 잔업·특근 거부까지 맞물려 있어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만 2만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GM노조가 부분 파업을 강행하자 미국 GM본사는 부평공장에 대한 1억9000만달러(약 213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까지 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스티브 키퍼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조의 행동 때문에 한국에 추가적인 투자나 새 제품 할당을 하기 어렵다"며 "이는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고 한국에서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배정된 물량을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로 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도 갈등을 겪고 있다. 아직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지는 않으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강경파인 박종규 현 노조위원장이 지난 9일 연임에 성공한 이후 노조는 사측의 정비지점 매각 추진에 반발하고 나서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르노삼성차는 최근 7년간 영업이익이 1조9000억원이지만 현장은 높은 노동강도에 아우성치고 회사는 어떻게든 인력 줄일 생각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 시장에 남기를 강하게 원한다"며 "노조와 대화를 통해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이와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곧 쟁의 찬반투표 여부 등을 포함한 앞으로의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의 올해 임단협은 지난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교착된 상태로, 이후 르노삼성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가 임단협 교섭에 앞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노사 갈등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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