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영업이익 2195억원…작년동기대비 30% 증가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 회복…친환경·신에너지사업 '순조'
침체된 신규 해외수주는 숙제…올해도 2억달러 수준 그쳐

2020년 경자년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남아 있는 시간이 한 달 남짓이다. 새해벽두 터진 코로나19로 건설업계 역시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성적표'라는 냉엄한 현실이 있다. 3분기까지 발표된 실적을 바탕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건설사들의 올해 실적을 중간 점검 해보면서 향후 CEO(최고경영자)의 거취도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드러난 성적표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비슷할 것 같은데, 강점을 갖고 있다는 해외에서의 '수주 가뭄'이 문제이다. 2020년 마감을 앞둔 시점에서의 SK건설에 대한 시각이다.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SK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5조6116억원, 영업이익 21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2% 늘어 큰 차이가 없었으나 169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30%나 증가한 것이다. 드러난 성적표로는 코로나19 비상 국면에서 선방한 셈이다.

지난해 10위에서 11위로 한 계단 밀리며 체면을 구겼던 시공능력평가순위도 올해는 다시 10위로 회복했고, 지난 2018년 발생한 라오스댐 붕괴 사고도 후유증도 거의 극복했다. 또 연료전지와 해상풍력을 축으로 하는 친환경·신에너지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무제표 상에 나타난 영업이익이나 시공평가순위 10위권 재진입, 신사업 추진 속도 등은 앞서 언급한대로 긍정적인 부분이다. 

SK건설은 다른 건설사와는 달리 주택사업 비중이 30%가 되지 않을 정도로 플랜트와 해외사업 비중이 높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자료를 보면 SK건설의 2017년 해외수주액은 21억달러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7위, 2018년에는 29억달러로 4위에 오르는 등 해외사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릴 정도로 신규 수주가 부진했다. 올해 역시 11월 현재 2억3000만달러로 12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라오스 댐 붕괴사고 수습이 우선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해외사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SK건설 입장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신에너지사업은 속도가 붙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친환경솔루션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솔루션부문으로 개편했다. 신설된 친환경솔루션부문은 스마트그린산단사업, 리사이클링사업 등을 맡는다. 안재현 사장이 직접 사업부문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신사업은 현재 연료전지와 해상풍력, 폐기물 등 3개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은 2018년 미국 연료전지 제조사인 블룸에너지와 SOFC(고체산화물) 독점 공급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뛰어들었다. 올해 1월에는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 구미에 SOFC 제조공장을 지어 SOFC를 생산하고 있으며 SOFC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경기 화성과 파주에는 연료전지 발전소를 지어 상업운전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미국 내 시장점유율 1위의 데이터센터 전문기업인 에퀴닉스가 발주한 SOFC EPC(설계·조달·시공) 공사를 수주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SOFC는 LNG에서 추출한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 분산발전설비로, 발전 효율이 기존 연료전지보다 높다.

SK건설이 추진하는 해상풍력발전은 부유식이다. 해저바닥에 기초를 세우지 않고 먼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부표처럼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울산(136㎿)과 서해안(800㎿)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15개 해상풍력 설계·제작·시공사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풍력발전 사업을 위해 글로벌 녹색에너지 개발·투자 전문기업인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와 프랑스계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토탈과 업무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폐기물 관련 친환경사업은 최근 인수한 EMC홀딩스가 핵심이다. 인수비용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EMC홀딩스는 하·폐수 처리부터 폐기물 소각과 매립까지 전 환경 산업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이다. 전국 970개의 수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 매립장 1곳을 운영중이다. 수처리 부문에서는 국내 1위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사업자이며 폐기물 소각·매립 부문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신사업 속도 내는 안재현 사장…부진한 해외수주는 '부담'

SK건설을 이끌고 있는 안재현(54) 사장은 여의도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후, 1988년 대우에 입사해 대우증권 뉴욕법인장으로 일하다 2002년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SKD&D 대표이사와 SK건설 글로벌마케팅부문장,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등도 지냈다. 2017년 SK건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다가 2018년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SK건설은 안 사장 취임 후 실적에서 부침이 있었다. 매출은 2017년 7조3161억원, 2018년 7조5121억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영업이익은 2259억원에서 1758억원으로 급감했다. 다행히 2019년에는 매출 9조0922억원, 영업이익 4338억원으로 다시 급증했다. 라오스 댐 붕괴사고로 인한 일회성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악화됐던 실적이 어느정도 회복된 셈이다.

특히, 라오스 악재를 딛고 해외사업도 다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벨기에 PDH(프로판 탈수소화) 플랜트 FEED(기본설계)를 확보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서유럽 PDH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고, PPP(투자개발형 민관협력 사업) 사업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영국 실버타운 터널사업에도 참여했다. PPP는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로 외국 자본의 참여를 유도해 부족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되는데, SK건설은 스페인과 호주 등 5개국 5개사와 협업해 수익은 물론, 투자지분에 대한 배당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5월에는 사우디 PDH FEED를 수주하면서 글로벌 PDH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고 있다.

취임 첫 해 예상하지 못했던 라오스 악재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지난해 43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예전의 모습을 찾으면서 안 사장의 거취에도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다만,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도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해외수주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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