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코로나19 확산속 총파업 돌입… "방역지침 준수"
노조법 개정 유동적 입법 상황서 '쟁의 행위 금지' 강력 반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 조속한 입법도 촉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목표로 내걸고 25일 총파업에 돌입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초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서울시 방역 수칙에 따라 자치구별 더불어민주당 사무실 당에서 10인 미만 규모의 기자회견을 산발적으로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15만∼2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별로 방역 수칙이 달라 민주노총 지역본부 중심으로 개최하는 지방 집회는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총파업 규모는 민주노총 자체 추산보다는 훨씬 작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노총의 지난해 7월 총파업도 참가 인원이 전체 조합원의 1% 수준인 약 1만2000명에 그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 한국GM 지부,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위원회,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등을 합해 15만∼2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의 핵심인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노조 전임자 등 소수 간부만 참여하는 '확대 간부 파업'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의 통과를 저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민주노총이 ‘개악’으로 간주하는 노조법 개정의 국회 심의가 본격화하면서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코로나19 '3차 유행' 국면에서 확산을 우려하는 사회 분위기와 대비된 총파업과 집회를 강행하기로 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목표로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노총이 비판하는 노동법 개악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을 말한다.

노조법 개정안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이다. 협약 내용을 반영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했지만, 경영계 요구를 일부 반영해 노동계 반발을 사왔다.

파업 시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연장, 사업장 소속이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노동계는 사업장 주요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것은 단체행동권의 심각한 제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쟁의행위 장소의 제한은 파업의 무력화를 초래할 수 있고 결국 노조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2년인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한 것은 단체교섭권의 제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안으로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노동권 보장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의 기준을 온전히 반영하는 쪽으로 노조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 중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 발의안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발의안 등 상대적으로 노동계 요구에 충실한 것도 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 권고를 반영한 정부 개정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전태일 3법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직 등의 노조 결성 권리 보장, 중대 재해를 낸 기업과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등을 위한 입법을 말한다.

중대 재해를 낸 기업 등의 처벌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노동계가 민주당에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기로 한 것은 노조법 개정안 등의 입법이 극히 유동적인 상황에서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당일 전국 곳곳에서 개최할 집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다면 이미 3차 유행에 들어선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수칙을 준수할 뿐 아니라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 자체적인 방역 조치를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여전한데도 민주노총이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강행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민주노총에 즉각적인 총파업 집회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민주노총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겠다고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기세를 감안할 때 매우 우려스럽다"며 "경찰청과 각 지자체는 집회 과정에서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상황관리를 철저히 하고, 위반행위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달라"고 주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전날 민주노총이 거리두기 격상 등에도 총파업과 장외집회를 강행하기로 한 것에 대해 "불법적이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 총파업과 집회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경총은 "이번 집단행동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정치파업이고, 산업현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법 개정 요구는 적법한 입법 활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강화한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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