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의 포부 "한국야구의 게임 체인저"
작고한 아버지 말씀 가슴에 새겨..."바위를 뚫는 것은 물방울의 꾸준함"

▲롯데 자이언츠 포수 손성빈과 한려대학교 외야수 손정빈(손성빈·정빈 선수 제공)
▲롯데 자이언츠 포수 손성빈과 한려대학교 외야수 손정빈(손성빈·정빈 선수 제공)

[스트레이트뉴스=박연준 기자] 지난 5월 26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린 기아와 KT의 경기에서 '형' 유원상(KT)과 '동생' 유민상(기아)이  한국 프로야구 25년 만에 형제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현재 한국야구계에는 SK 최정-최항, NC 나성범-나성용(현 기아 코치), 한화 김범수-삼성 김윤수 형제 등 많은 형제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중 지난 8월 24일 KBO 리그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게 된 장안고 포수 손성빈과 그의 형 한려대학교 외야수 손정빈 형제의 얘길 직접 들어봤다.

▲손성빈·정빈 형제의 초등학교 재학시절 (손정빈 선수 제공)
▲손성빈·정빈 형제의 초등학교 재학시절 (손정빈 선수 제공)

손성빈·정빈 형제는 2010년 성남 중원구 리틀야구단 취미반을 시작으로 희망대초, 동두천 신흥중(매송중), 장안고에서 같이 야구를 시작해 현재 10년동안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

야구를 같이 시작하게 된 계기로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 둘은 공놀이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와 함께 주말마다 운동을 하면서 야구를 하고 싶어 했다"며 "하지만 한 달 동안 매일 새벽 6시 반에 일어나서 동네 10바퀴를 뛰고 러닝 체조 3세트씩을 해야 야구를 시켜주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매일 새벽 운동을 해 아버지의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8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같이 야구를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시너지 효과'가 남달랐다고 한다.

동생 성빈은 형 정빈에 대해 "일단 형이 내가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많이 줬다"며 "형이 나보다 2년 먼저 진학을 해 내가 배우지 않은 것을 조언해주고, 서로 야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지금도 내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형 정빈은 "어렸을 때 아버지께 많이 혼나며 자랐다. 근데 성빈이가 아버지께 혼이 나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눈치도 많이 보는 모습이 있어서 많이 보호해 주곤 했다"며 "나에게 성빈이는 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 성빈이가 잘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여러 가지 면에서 솔선수범해 나아갔고,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항상 나에게 성빈이는 보물 같은 존재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어렸을 적에 손을 잡고 울면서 "우리가 프로무대에서 형이 던지고 내가 잡는 모습”에 대해 울먹이며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던 그때가 지금도 인상깊고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형제이자 야구 메이트로서 야구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타격 폼과 타격 메커니즘이 서로 비슷하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볼 법한 파워풀 한 타격"이라 평가받는 성빈의 타격 능력은 형 정빈과의 대화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망대초 재학 중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손정빈 선수 제공)
▲희망대초 재학 중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손정빈 선수 제공)

하지만 형제가 서로 프로선수의 꿈을 꾸며 열심히 운동장을 누비던 4년 전 2016년, 평소 지병을 앓고 계시던 아버지가 그만 작고하고 말았다. 손성빈·정빈 형제에게 아버지는 항상 감사하고 보고 싶은 존재이다.

특히 성빈은 평소 허전함을 잊고 지냈는데, 롯데에 지명을 받았을 때 아버지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다고 한다.

성빈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힘든 몸을 이끌고 밤마다 포수인 나에게 테니스 공쳐 주시면서 훈련을 도와주셨다"라며"이제 시작인 나에게 힘을 더 넣어주셨으면 한다. 그래야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사랑하고 보고 싶다"고 했다.

정빈은 "올해는 내가 멘탈적으로 크게 무너져 힘든 해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 내게 해주셨던 말이 떠오른다"라며 "나와 성빈이에게 '프로의식'을 심어주신 분이고, 나에게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의 힘이 아니라 계속 떨어지는 꾸준함'이라는 말을 알려주셨다"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작고한 후 홀로 두 형제를 키우신 어머니에 대해서도 "우리가 더 노력할 수 있는 계기와 원동력"이라며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성빈은 "최대한 빨리 내가 1군에서 자리 잡아서 어머니께서 고생 그만하시고 쉬게 해드리고 싶다"라고 했고, 형인 정빈은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다. 나도 프로에 지명받아 성빈이와 같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손정빈 선수 제공)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손정빈 선수 제공)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손성빈·정빈 모두 공통으로 '메이저리거'라고 말했다.

먼저 동생 성빈은 "우선 다치지 않는 몸 상태를 만들어서 좋은 기량으로 내년에 1군에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라며 "현재 일산 백송 고등학교에 계신 정원 코치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대로 프로야구에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최종 목표로는 "메이저리그 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들어가서 버스터 포지보다 좋은 포수가 되어, 한국인 최초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고 명예전당에 오르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형 정빈은 자신의 좌우명과 함께 목표를 밝혔다. 정빈은 "항상 '소시민은 도전자를 비웃는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최종 목표는 아시아 최고의 반열이 아닌 역대 최고의 반열에 올라가 대한민국 야구의 게임 체인저(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행동으로 증명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