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이후 4년 만에 판호 발급
중국 시장 개방 가능성 높아져
업계 "기대감 높지만 지켜봐야"

컴투스의 중국 판호 허가로 게임업계가 중국 수출길 개방 가능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컴투스의 중국 판호 허가로 게임업계가 중국 수출길 개방 가능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국내 중견 게임사 ‘컴투스’의 글로벌 인기작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에서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발급받았다. 이는 약 4년 만에 우리나라 게임의 공식적인 중국 수출로 ‘게임 한한령’이 해소될 가능성에 국내 게임업계의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부풀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이 게임 규제를 강화한 기조는 변하지 않았고, 전체 판호 건수가 줄어든 만큼 중국 수출길이 완전히 열렸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 '서머너즈 워'는 전날 중국 당국으로부터 외자(외산) 판호를 발급받았다.

컴투스 관계자는 “판호를 발급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게임사 내부적에서도 고무된 분위기다. 앞으로 중국에서 적극적인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머너즈 워는 2014년 6월 글로벌 출시한 컴투스의 대표 모바일게임이다. 서머너즈 워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현재까지 약 90개국에서 매출 1위에 오르고 약 140개국에서 매출 10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해외 팬층이 많다.

컴투스는 올해 분기당 매출이 1200억∼1500억원 정도였는데 이 중 80% 이상을 '서머너즈 워'가 벌어들이며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준 것은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시작된 이후로 약 3년 9개월 만이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유료로 서비스하려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라이선스다.

국내 게임사들은 과거처럼 다시 중국 시장에 게임을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지난주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방한한 이후에 공개된 첫 판호 목록에 한국 게임이 들어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부장은 지난달 26일 회담과 오찬을 가지면서 사드와 '한한령'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외교부 전언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이 한한령 여파로 회복하지 못한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협조하자고 요청하자 왕이 부장은 '소통해나가자'고 답했다.

한국 게임업계가 중국 진출을 고대한 이유는 중국이 게임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PC)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19년 2308억위안(약 39조3000억원)에 달했다. 2016년보다 1.4배 성장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의 점유 비율은 2016년 49.5%였는데 2019년에는 68.5%로 집계됐다.

중국 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약 4년 동안 중국에서 신작 게임을 유통할 수 없었던 국내 게임업계 입장에서 판호 발급은 희소식이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앤 소울 모바일'을 비롯해 넷마블·펄어비스·네오위즈·위메이드·웹젠 등 대다수 게임사가 중국을 겨냥한 게임을 준비 중이다.

컴투스 제공
컴투스 제공

 

다만 일각에서는 컴투스의 판호 획득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최근 '아동·청소년 근시 방지 조치',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과몰입 방지 조치' 등으로 게임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다. 게다가 외자 판호 발급 중지 조치는 사드 보복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내에서 한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중국 정부가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중국 내에서 판호 발급 자체가 ‘깜깜이’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 당국과 직접 교류하기도 어려워 신청하고도 신청이 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현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외자 판호가 막히자 내자 판호를 노리는 방식으로 사업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당장 예산 등 사업 계획을 손대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게임사들은 텐센트 등 중국 기업에 퍼블리싱(유통·서비스)을 맡기거나 중국에 개발사를 단독 또는 합작으로 설립하는 식으로 내자 판호를 노려왔다. 일부 게임사는 자사 IP(지적재산)로 내자 판호 취득에 성공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 게임업계가 우리나라 게임 못지않게 성장해온 상태이기에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마냥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게임업계가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대폭 늘어난 상황이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는 지난해 대(對)한국 게임 수출 규모를 2조원 상당으로 추산한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매출 중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산 게임인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국 게임이 놀랄 정도로 성장한 상황에서 우리 게임업계의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