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해하지 말아야"

스가 요시히데 내각총리대신 귀하!

늦은 감이 있으나 귀하의 총리 취임을 축하합니다.

오늘부터 한국 법원은 일본 강제징용 기업인 신일철주금의 자산에 대한 매각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신일철주금의 자산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해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 군수 산업체인 일본제철주식회사(신일철주금의 전신)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강제징용피해자 이춘식 씨 등에게 신일철주금은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을 내세우며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기에 한국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홍승구 흥사단 전 사무총장

그러자 2019년 8월 아베 내각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일 우호관계는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정부는 처음에는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으나 나중에는 징용피해자 문제 등 국가 간의 신뢰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본질에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것이나 일본 정부는 불법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일본 정부의 책임은 논외로 하더라도 신일철주금과 강제징용 피해자 간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일본 정부의 책임이 없다면 이 사건에 대해서 두 가지 이유로 일본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한국 정부에 해결을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첫째, 이 사건은 정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신일철주금과 한국 국민인 이춘식 씨 간의 문제, 즉 민간차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민간차원의 문제 해결을 정부가 나서서 방해하거나 상대국 정부에 해결하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이번 배상 결정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 대법원의 결정입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거부하거나 바꿀 수 없듯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거부하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사법권과 행정권의 분권은 일당 독재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7년 4월 27일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이 니시마쓰 건설 주식회사(西松建設株式會社)에 청구한 손해배상사건 판결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을 강제노동에 종사시키고 나름대로 이익을 받았으므로, 강제징용 피해자를 포함한 관계자에게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대된다고 결정했습니다. 비록 청구권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니시마쓰 건설 주식회사(西松建設株式會社)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피해 구제 필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중화인민공화국 국민과 니시마쓰 건설 주식회사 간의 문제는 일본과 중국 양국 정부가 아닌 당사자들이 해결하기를 기대한 것입니다.

일제시대 군벌에 강제징용 한국인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군함도'
일제 군벌 때 강제징용 한국인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군함도'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매우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저는 미래에 잘못이 없게 하려고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와 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합니다. 또 이 역사로 인한 내외의 모든 희생자 여러분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칩니다.”

2차 대전 종전 50주년이 되는 1995년 8월 15일에 일본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총리대신이 발표한 담화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담화를 계기로 한일간의 우호 협력 관계는 강화되었고 한국 국민은 일본을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아베 내각이 이를 부인하는 언행을 계속하고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한일간의 우호 협력 관계는 파탄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 우선 한일 양국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하며. 스가 요시히데 총리께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밝힌 담화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한일간의 우호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의 존경을 받는 총리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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