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돈의 흐름’, 가장 강력한 불경기 대책은 기준금리 인하」
「예대금리차의 역전이 돈맥경화를 풀어줄까?」
「마이너스 금리의 약발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해」

불경기 대책은?

불경기란, 물가가 떨어지고, 생산량이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는 등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즉 디플레이션deflation을 말한다.

대책은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 생산량을 증대시켜서 실업률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데는 주식시장을 관리하거나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들은 근원적이지 않다.

경제는 ‘돈의 흐름’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돌면 경기가 좋아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나빠진 것이다. 따라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 즉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경기를 조절하는 대책 중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이다.

▲ 일본의 통화량 증대 현황(M1) ⓒbankofjapan
* M₁: 현금 통화 및 은행 등의 요구불 예금을 합한 한 나라의 통화 공급량

▲ 일본의 통화량 증대 현황(M2) ⓒbankofjapan
* M₂: M₁에 각종 금융 기관의 정기성 예금을 더한 한 나라의 통화 공급량

각국의 중앙은행은 돈이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돌 때는 거둬들이고, 반대일 경우에는 푼다. 이러한 활동을 ‘통화정책’이라 하는데, 돈이 돌지 않는 불경기 때는 돈을 풀어야 하고, 그런 방식 중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의 원리: 예대금리차

상식적으로 고객이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고, 돈을 빌리면 이자를 낸다. 은행은 맡긴 돈에 대한 이자를 조금 주고,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많이 받는다. 백 원을 예금한 고객에게는 3원의 이자를 주고, 백 원을 빌려간 고객에게는 4원의 이자를 받는 식이다.

대출금리는 예금금리보다 높다. 그래야 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차익이 은행의 수익이다. 이처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차이를 보이는 것을 경제용어로 ‘예대금리차’라 한다. 만일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높다면?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밑지고 장사하는 것이다.

▲ 발언 중인 쿠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austjapanfed.org.au

그런데 2월 중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책정된 금리는 -0.1%다.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보관료를 내야 한다는 소리다. 마치 골드스미스goldsmith 은행가들이 금화를 보관해주는 대신 보관료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오히려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는다는 소리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를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받는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릴까?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을 들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시민들에게는 꿈만 같은 소리다. 은행이 밑지고 장사하려고 아예 작정을 한 것일까?

마이너스 금리의 원리: 돈맥경화증과 지급준비금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일본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시중은행과 고객 사이에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라, 시중은행과 중앙은행 간에 적용되는 기준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시중은행에 돈을 예금하는 일본의 고객은 여전히 지금처럼 이자를 받는다. 돈을 빌릴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자를 내야 한다.

그럼 중앙은행은 왜 시중은행과의 거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까? 이 지점에서 ‘지급준비금’, ‘뱅크런’ 등 앞글에 언급한 모든 내용들이 다시 등장한다.

▲ 비전통적인 돈의 흐름 ⓒstraphaelscu.ie

예를 들어 간단히 다시 설명해보자. 고객이 시중은행에 100원을 예금했을 때, 시중은행은 그 100원만 돌리는 게 아니라, ‘가짜 보관증’ 즉 지폐를 다섯 배, 열 배까지 발행해 이자놀이를 한다. 그런데 가짜 보관증을 너무 많이 만들 경우, 예금주가 와서 ‘내 돈 100원 주시오’라고 했을 때 돈을 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를 뱅크런이라 한다.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에게 적정 금액의 예치금을 받는다. 예금주가 언제든 ‘내 돈 100원 주시오’라고 요청할 때 지급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것을 ‘지급준비금’이라 한다.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으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확 줄어든다. 가장 큰 고객인 기업주들이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질 않으니 시설에 투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구매력이 줄어든 상태이니 팔리지 않을 집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은 금고에 남아도는 돈을 어떻게 하려 할까? 당연히 적은 돈이라도 벌려 한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는 지급준비금보다 더 많은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려 한다. 최소한의 이자이라도 벌려고 말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생산량 감소와 실업률 증대 현상은 점점 심화된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즉 통화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돈맥경화증’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때, 시중의 통화량을 증대시키려는 중앙은행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시중은행 여러분, 이제 우리한테 돈을 맡겨도 이자를 주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를 경제용어로 ‘제로금리’라 한다. 그래도 안 될 때는? 중앙은행은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여러분, 이제 우리한테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받겠습니다!”

이 순간, 고객이 맡긴 금화에 보관료를 물렸던 16세기 골드스미스goldsmith 은행가들의 시스템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 골드스미스 은행 시스템의 부활 ⓒgoodreturns.in

마이너스 금리의 원리: 비전통의 보편화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마다 보관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을 찾을 이유가 사라진다. 그렇다면 돈을 굴릴 수 있는 곳은 시장뿐이다. 어떻게든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대출자를 시장에서 구해야 한다.

일본이 이처럼 비전통적인 방법을 동원한 이유는 분명하다.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오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에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시중의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양적완화’ 등 거의 모든 전통적 방법을 동원하고도 통화량 증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 하에서, 일본의 시중은행이 돈, 즉 엔화를 굴릴 곳은 시장뿐이다. 시중은행은 죽지 않으려면 시장에 엔화를 최대한 뿌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엔화가 많이 풀린 탓에 엔화의 가치가 떨어진다.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에서 생산된 상품들의 가격이 한국이나 미국 등 해외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가격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럼 당연히 더 많이 팔릴 테고, 경기는 좋아질 수 있다.

▲ 오로지 시장으로 돌진해야 하는 시중은행 ⓒgreatdreams.com

간단하게 예를 들었지만,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프로세스, 즉 통화량 증대에 따른 경제의 선순환적 구조 창출이다.

하지만 시장이 그처럼 마음대로 움직여줄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전통적 방식이 원하는 대로 선순환적 구조를 가져다줄까?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지 꼭 보름, 시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웃기고 있네!”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전통적 ‘양적완화’ 정책이 보편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으며, 처음에 반짝했던 약발이 조만간 사라질 거라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비전통적 방식의 출현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다음 글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국가들의 현황 및 실태’와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입니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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