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확대 속 반도체 상품 호조
집콕족 증가로 생활가전 수요 급증
디스플레이, 코로나 위기 깜짝 특수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올 한해 전자업계는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생산 공장이 멈추는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는 ‘집콕족’이 많아지면서 각종 전자기기의 수요가 대폭 늘었다. 이러한 언택트(비대면) 수요의 증가로 전자업계는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선방했다.

반도체 생산 공장 내부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생산 공장 내부모습. 

◇비대면 확대 속 반도체 상품 호조

올해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황은 원활하지 못했다. 지난해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업체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일상생활에서 자리잡으면서 PC·노트북과 스마트폰은 물론 TV 수요까지 늘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조4300억원, 3분기에는 5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올 한 해동안 PC와 모바일 D램 가격이 견조한 상태를 보이고 있고, 서버용 D램도 꾸준한 가격 상승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콘솔,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같은 분기별 호재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 선매수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호조 덕택에 SK하이닉스도 2분기에 1조9467억원, 3분기에는 1조299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분기에는 8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 사업 확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CES 2020 참가한 LG전자. LG전자 제공
CES 2020 참가한 LG전자. LG전자 제공

◇가전업계, 집콕족 증가로 생활가전 수요 급증

가전업계의 실적 호조도 눈에 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가전업계는 공급과잉이 우려돼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면서 에어컨·건조기·의류관리기·식기세척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생활가전 분야의 강자로 꼽히는 LG전자는 가전사업을 맡고 있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이 2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업이익도 연간 기준으로 3조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LG전자 제품의 프리미엄 효과와 신가전 출시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도 소비자 가전 부문(CE)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CE부문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7400억원으로 지난해 CE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인 2조6100억원을 1000억원 이상 앞선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CE부문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또 가전업계 가운데에서도 렌털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렌털업계가 비대면 제품과 서비스 등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잇기 때문이다. 이에 LG전자를 비롯한 위니아에이드 등 새롭게 렌털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이 전통 렌털업체를 위협하고 있는 추세다.

LG 올레드 TV
LG 올레드 TV

◇디스플레이, 코로나19 속 깜짝 특수

‘꺼진 불’로 평가받던 LCD 수요가 늘어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은 깜짝 특수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영상회의, 온라인 수업이 확산되면서 LCD 패널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늘어난 비대면 수요로 노트북과 태블릿 수요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PC 출하량도 증가했다. 이러한 수요 확대는 IT용 LCD 패널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또 TV를 이용한 비대면 취미 활동이 늘면서 고화질 LCD TV를 구매하는 소비층이 두터워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하더라도 LCD 시장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사업 축소 및 정리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LCD 시장이 깜짝 특수를 보이면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안으로 중단하려 한 국내 TV용 LCD 생산을 다음해 1월까지로 늘렸다. 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는 7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7∼9월)에 매출 6조7376억원, 영업이익 1643억원을 냈다. IT 관련 제품군과 TV, 모바일용 플라스틱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등 전 사업부문 실적이 골고루 개선됐다.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수요 급증으로 생산 중단 시점을 다음해 1분기 말로 늦췄다. 대신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의 폼팩터 전략 스마트폰 'LG 윙'. LG전자 제공
LG전자의 폼팩터 전략 스마트폰 'LG 윙'. LG전자 제공

◇모바일 시장, 하반기 신제품 출시로 활력

모바일 부문은 올해 상반기의 경우,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신제품 수요가 다시 늘어나며 시장에 활력이 돌았다.

삼성전자 모바일(IM) 사업 부문은 2분기에 영업이익을 1조9500억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2분기보다 크게 줄었다. 그러나 올해 3분기에는 신작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로 지난 3분기보다 실적이 크게 늘어난 4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LG전자의 스마트폰(MC) 사업 부문은 폼팩터(기기형태)를 변경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으나 적자 행진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에 플래그십 스마트폰 ‘LG벨벳’을 출시한 데 이어 LG 윙을 선보이면서 이미지 개선에 나섰으나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LG전자는 다음해에 출시할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스마트폰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도 전자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출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를 풀기 위해 물품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보복 소비’다. 이는 '펜트업(억눌린)' 수요로도 불리며 전자업계의 호조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집 안에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이어지면 추가 물품 구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를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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