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요 증가에 실적 향상
중국산 게임 등장에 위기감 고조
게임에서 종합 콘텐츠사로 도약 중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게임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실적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분야다. ‘집콕족’의 증가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사람들은 비대면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비대면 콘텐츠 중에서도 게임이 더욱 인기를 끌면서 게임업계를 비롯한 관련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중국발 게임이 국내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고, 게임사들도 단순히 게임 뿐만 아니라 종합 콘텐츠사로 본격 도약하기도 했다.

◇늘어난 비대면 수요에 실적 향상된 게임사

올 한해는 PC·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게임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게임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전세계적으로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와 매출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였다.

애플리케이션 통계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올 한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횟수는 530억회에 달하고 소비자 지출 규모도 810억달러(약89조)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덩달아 국내 게임사들도 높은 실적을 보였고, 특히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은 올 한해동안만 7조의 연매출(3사 합계)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넥슨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면서 연 매출 3조원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5000억원에 달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엔씨소프트는 대표작 ‘리니지’의 모바일 게임이 매출을 이끌면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548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매출(1조7012억원)을 이미 넘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연매출 2조원 돌파는 확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고 영업이익도 1조원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한다.

넷마블도 해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면서 연매출 2조원 돌파를 앞뒀다. 넷마블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609억원, 영업이익 1895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호조가 이어진다면 무리 없이 연매출 2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중견 게임사들인 카카오게임즈, NHN, 크래프톤, 컴투스와 게임빌, 네오위즈, 선데이토즈, 웹젠 등도 기대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게임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컴투스의 중국 판호 허가로 게임업계가 중국 수출길 개방 가능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컴투스의 중국 판호 허가로 게임업계가 중국 수출길 개방 가능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모바일 게임 진입에 위기감 고조

국내 게임사가 여전히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중국산 모바일 게임도 대두됐다.

유저들이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의 국적을 크게 따지지 않는 만큼 재미만 보장된다면 어떠한 게임을 선택하느냐는 유저의 취향에 달렸다. 이에 양대 스토어에서 중국 게임의 순위가 상당수를 차지할 정도였다.

특히 '랑그릿사',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중국 모바일 게임들의 인기가 눈에 띄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앱애니에 따르면 최다 다운로드·최대 매출·최다 이용자 모두 중국계 기업인 텐센트가 관여한 게임이다. 중국 게임계가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으로 세계 시장을 점령해가는 모습이다.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게임은 싱가포르 가레나(Garena)의 프리파이어다. 글로벌 매출 1위는 중국 텐센트의 왕자영요가 차지했다. 월간활성이용자(MAU) 1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화평정영이었다.

다만 중국 내 판호(서비스 허가권)가 발급되면서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컴투스의 글로벌 인기작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최근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받았다. 이는 약 4년 만에 우리나라 게임의 공식적인 중국 수출로 ‘게임 한한령’이 해소될 가능성에 국내 게임업계의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부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게임 규제를 강화한 기조는 변하지 않았고, 전체 판호 건수가 줄어든 만큼 중국 수출길이 완전히 열렸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 넷마블 제공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 넷마블 제공

◇국내 게임사, 차세대 콘솔 도전

주로 PC와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해온 국내 게임업계들이 콘솔 분야로도 진출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S가 출시되자 이에 발맞춰 게임사들도 콘솔 게임을 내놨다.

엔씨는 콘솔 데뷔작인 ‘퓨저’(FUSER)를 선보였다. 퓨저는 콘솔 기기로 플레이 가능한 음악 믹싱 게임이다.

넷마블도 ‘세븐나이츠’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첫 콘솔 게임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를 출시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준비 중이다. 펄어비스도 개발 중인

‘붉은사막’을 다음해 중으로 콘솔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라인게임즈도 ‘베리드 스타즈’를 선보이며 콘솔시장에 진출했다. 베리드 스타즈는 ‘검은방’과 ‘회색도시’로 인기를 끌었던 진승호 디렉터가 선보인 게임이다.

이는 국내 게임이 수익과 게임성에 있어 유리한 PC와 모바일 시장 외에도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 콘솔 시장에 진출한 사례다. 국내 게임사가 수익성만을 쫓는 것 외에도 미래 게임사업에도 착실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에서 더 나아간 종합 콘텐츠사로

게임사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종합 엔터사’로 진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자회사인 ‘클렙’을 설립해 엔터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클렙은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 대신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전부터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 웹툰·웹소설 플랫폼 ‘버프툰’,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 ‘피버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생산·협업해 왔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통한 뉴스 작성 등 ICT(정보통신) 역량도 갖춰 콘텐츠의 전방위적 협업효과를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엔씨소프트는 KB증권·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손잡고 ‘AI 간편투자 증권사’ 설립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주식투자와 금융거래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하며 자본금 30억원을 출자했다. 아퀴스를 통해 주식을 비롯해 가상자산(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진출할 것으로 주목된다.

아퀴스는 채팅 앱과 같은 AI대화형 기반으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요소를 접목해 투자자들이 자산을 직접 키우고 가꾸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산관리의 문턱을 낮춰 전문 용어의 생소함, 거래 과정에서 오는 번거로움 등을 없앤 트레이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김정주 대표가 주도하는 NXC는 이전부터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과 비트스탬프를 차례대로 인수하는 등 핀테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넷마블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운영사의 거버넌스 카운슬에 가입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넷마블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3.9%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금융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2월에는 다른 산업인 코웨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AI와 IoT(사물인터넷) 등을 정수기 등 코웨이의 렌털(대여) 제품에 활용해 교체 주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자동주문 및 배송 시스템까지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로도 잘 알려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지난 2018년 5월 총 2014억3100만원을 들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5.04%를 사들이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게임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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