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유럽중앙은행, 스위스, 스웨덴도 이미 마이너스 금리 도입해」
「마이너스 금리의 두 가지 역설은 현금 퇴출과 기업 대출 실패」
「비전통이 전통이 되는 또 하나의 기로, 세계금융이 가야 할 길은?」

기원전 18세기, 당시 애굽(현 이집트)은 나일강 범람 때문에 주기적으로 닥치는 홍수와 가뭄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런데 요셉Joseph이라는 인물이 총리가 되면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해 곡식을 보관하게 했다. 그는 곡식을 보관해주는 대가로 보관료를 받았다. 학계는 이를 마이너스 금리의 ‘기록된 시초’로 보고 있다.

▲ 옥수수를 저장 중인 이집트 백성들 ⓒnewagegod.com

마이너스 금리란?

마이너스 금리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 이상의 자금을 예치할 때, 중앙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거꾸로 보관료를 납부하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 2월 중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0.1% 금리를 도입했다. 그런데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첫 국가는 아니다. 덴마크 중앙은행의 -0.65%(2012년), 유럽 중앙은행의 -0.3%(2014년), 스위스 중앙은행의 -0.75%(2014년), 스웨덴 중앙은행의 -0.5%(2015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글에 언급한 것처럼, 성장률 둔화, 낮은 인플레이션, 자국 통화의 강세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를 경제용어로 풀이하면 ‘자산 매입 없이 금융완화 효과를 보기 위한 금융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 마이너스 금리 도입국 현황(2016년 3월 현재) ⓒ김태현

그렇다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은 ‘엔화 약세’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다음은 울리히 로이히만 코메르츠방크CZB 외환리서치부장의 진단이다.

“통화팽창정책이 인플레이션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조치(마이너스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엔화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발표된 직후 잠깐 동안 하락했을 뿐, 곧바로 강세로 돌아섰다.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시중의 통화량을 늘리고 상품의 가격도 떨어뜨리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 이처럼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데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그 이후의 그리스 사태, 그리고 지난 8월과 1월의 중국 위안화 쇼크 등 경기후퇴recession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인 외환시장은 금, 달러, 스위스 프랑,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외환시장을 떠도는 돈이 엔화로 몰린다는 것은 엔화의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 세계의 안전자산 ⓒbuzzsouthafrica.com

이처럼 통화량 증대를 통해 적절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통화 가치의 약세를 기하는, 다시 말해서 소비와 투자, 수출을 늘리는 방안으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현상을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이라 한다.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① 현금의 퇴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아이러니하게도 현금이 사라져야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마이너스 금리가 보편화되면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면서 예대금리차로 수익을 내는 은행의 수익구조가 무너진다(은행의 신용 창출 기능이 무너진다). 이럴 경우, 현금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현금을 가진 사람은 ‘보관’을 택한다.

그렇게 되면 은행은 단순한 금고 노릇밖에 할 수 없다. 그런 현실은 은행이 아닌 현금보관서비스업체의 탄생을 불러온다.

그런데 고액권일수록 보관이 용이하고 보관료도 덜 든다. 1조원을 100원짜리 동전으로 보관하는 비용과 50,000원 권 지폐로 보관하는 비용의 차이는 엄청나다. 현금이 시중에 돌지 않고 고액권으로 보관되는 현실, 이런 현실은 ‘통화량 감소’로 이어져 결국 긴축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심화될수록 중앙은행은 고액권을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로존 각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500유로 권(약 67만 원 상당) 지폐를 퇴출하는 대신 전자 화폐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 통화량 감소로 이어지는 고액권 보관 ⓒ김태현

만약 마이너스 금리가 전 세계에 보편화되어 전자 화폐가 현금의 자리를 대신한다면, 세계금융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지배력에 예속될 것이다. 내가 가진 전자 화폐의 가치가 정부 또는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따라 1년 내에 2% 증가할 수도 있고, 순식간에 10%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 화폐만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은 어쩌면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② 기업대출 증대 실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주요 목표는 경제 주체, 특히 기업들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생산량이 늘고, 실업자가 줄고, 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유로존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를 보면 2/3가 연 1% 이하였지만(그만큼 돈 빌리기가 쉬워졌지만), 돈을 신나게 빌려간 쪽은 기업 부문이 아니라 부동산담보대출 부문이었다.

한때 덴마크, 스웨덴 등 유로존의 일부 국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원인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가 통화 가치를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기업 대출을 촉진하는 데는 별무소용임을 말해준다.

예일대 스티븐 로치 교수 역시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무용성을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자산 가격을 상승시켜서 개인의 소비를 부추기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만 있을 뿐, 기업 대출 촉진에는 소용이 없다.”

▲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부의 효과, 과소비 ⓒeverydaypeoplecartoons.com

남아도는 돈이 기업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FX마진거래(Foreign Exchange Margin Trading)와 같은 투기성 짙은 분야로만 몰린다면, 세계가 이미 깊이 경험했던 거품bubble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며,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터짐’뿐일 것이다.

* 부의 효과(자산효과):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
* FX마진거래: 외국 통화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장외 소매외환거래

마이너스 금리가 시중은행에도 도입될까?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거래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 즉 금리의 역전 현상이 과연 시중은행과 일반 고객 간의 거래에도 도입될까? 이미 도입된 곳이 있다.

스위스의 얼터너티브뱅크Alternative Bank는 작년 10월 기준 일반 예금금리를 -0.125%로 설정했다. 독자께서 1억 원을 은행에 예치할 경우, 이자를 받기는커녕 연 125,000원(매월 10,420원)의 보관료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덴마크에서 3년 만기 주택 구입자금을 대출받을 경우, 은행은 대출자로부터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출자에게 매월 1,250원의 이자를 지급한다. 그리고 스위스의 어느 주 정부는 세금을 미리 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금을 미리 받아 은행에 넣으면 보관료가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금을 되도록 늦게 낼수록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역설과 역전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중국마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괜찮을까?

JP 모건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이 하한선을 더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JP 모건이 예측하는 금리 하한선은 미국 -1.3%, 영국 -2.89%, 스웨덴 -3.27%, 일본 -3.45%, 유로존 -4.52% 등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확대될수록 현금은 소중해진다. 정부는 어떻게든 현금을 없애려 할 수밖에 없다. 현금이 은행이나 보관업체 금고에 들어 있는 한, 다시 말해서 통화량 축소 현상이 지속되는 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먹힐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로존에서 ‘비트 코인Bitcoin’을 비롯한 전자 화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거래 수단의 변화: 물물교환→지폐→카드→비트코인→? ⓒcoindesk.com

* 비트코인: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들었으며,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없는 디지털 통화.

마이너스 금리 연재를 마치며

오늘로 이번 「D의 공포와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편을 마친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로부터 출발해 마이너스 금리에까지 이른 세계금융의 여정은 ‘비전통’이 ‘전통’으로, ‘순행’이 ‘역전’으로 전화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제 또 하나의 ‘비전통이자 역전’인 마이너스 금리가 ‘전통’과 ‘순행’의 지위를 갖기 위해 현금이 아닌 전자 화폐의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엿보고 있다.

각국의 정부나 중앙은행, 또는 G2(미국과 중국), G7, G20 등 세계경제의 주축 국가들은 어떤 전자 화폐의 세상을 만들어갈까? 그런 세상에서, 그들은 어떤 교활한 금융장치를 활용해 약소국을 수탈할까? 어떤 기괴한 수단을 고안해 내 인접국 경제를 곤란에 빠뜨리는 근린빈곤화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을 펼칠까?

유럽정책연구센터 대니얼 그로스Daniel Growth 소장의 아래 고언은 비전통이 전통의 지위를 차지하려 할 때마다 튀어나왔던 수많은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말이 전해오는 ‘무력감’,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중앙은행은 역효과가 더 큰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조정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더디더라도 회복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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