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실패한다면, 그를 내친 탓일 수도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천 배제(컷오프)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SNS를 통해 모은 정청래 의원의 지지자들이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6.03.10.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컷오프가 발표되자 이 소식을 들은 정 의원의 지지층인 네티즌들이 폭발했다.

다음포털 아고라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항의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는 정청래 컷오프에 항의하는 글과 함께 정청래 공천 배제한 것에 대한 비난의 글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심지어 이날 SNS상에는 ‘정청래 컷오프 집단항의단 모집’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정청래 의원을 살립시다’라는 서명게시판이 등장했다. 또 컷오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중앙당사 민원실에 항의 전화가 폭주, 한동안 전화 연결이 불가했고 당 홈페이지는 다운되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정청래의 컷오프에 이렇게 분노하는 것일까.

'당대포'라는 별칭에 맞게 할 말을 하는 정치인으로 통하는 정청래는 공세적인 내용으로 정부와 여당을 몰아붙이면서 강한 야당을 기대하는 전국적 규모의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정청래는 특히 조중동과 종편에 출연은 물론 인터뷰도 거부하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론호도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아 그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처럼 수구언론과의 전쟁을 마다하지 않은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인 것이다.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를 막기 위해 미디어법 개정에 온몸으로 저항했듯이 방송뉴스 중 가장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손석희의 JTBC ‘뉴스 룸’에조차 종편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거부하는 초지일관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해 왜곡보도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언론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언론개혁 없이 정치개혁 없다”며 독립기념관에 항일 유물로 조선일보 윤전기가 전시돼 있는 것을 보고, 조선일보 친일 윤전기 철거 싸움을 시작했고 조선일보 바로알기 운동을 펼쳤다.

정청래가 국회에 처음 들어오자마자 제출한 것이 신문법 개정안이다. 일간 신문사가 경영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신문발전위원회에 연 1회 의무 신고를 하고 이를 어기면 직권으로 경영 자료를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어쩌면 수구언론의 반격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줄기차게 공격했다. 결국 정청래는 문화일보의 모략성 허위기사로 인해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기도 했다. 일종의 정치보복이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문화일보는 반론 및 정정 보도를 게재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뿐인 승리였지만 그의 기개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현재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있는 당시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도 “정 의원의 막말은 귀여운 수준이다”고 할 정도로 결코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막말과 비교해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정청래는 요즘 정치인 중 보기 드물게 정의롭고, 용기 있으며,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정 많고, 눈물 많은 착한 사람이다.

세월호법 관철을 위해 2014년 8월 말 극한 단식 중이었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따라 단식을 시작 무려 24일 동안이나 단식한 바도 있다.

당이 위기일 때는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달래 주기도 했다. 최근엔 테러방지법이 아니고 테러빙자법임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11시간 39분 동안 경쾌한 논리로 필리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이 몸 사리고 있을 때 정청래는 당당하게 말을 했다. 저격수답게 거침없이 몸을 사리지 않은 발언으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비판에 앞장섰다. 자당 의원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았다.

정청래는 최고위원이 될 때에도 당원투표는 저조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함으로써 2위로 당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 그만큼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야당의 야성에 목마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의 탈락에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는 곳은 새누리당, 국민의당, 조중동이다. 특히 종편은 완전 축제분위기다. 아마도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심사위와 비대위가 넘어간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정청래의 '대인배 마인드'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 정청래가 당 결정을 받아들이면 다른 탈락자들은 할 말이 없을 터이고, 야당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희생하라고 하지 않겠다.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네티즌뿐만 아니라 같은 당의 김용익, 우원식, 진성준 , 김광진, 은수미, 최민희 의원 등은 물론 비대위원인 표창원 교수도 정청래 탈락에 반대하며 재심을 통해 재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실패한다면, 당의 선명성을 부정하는 행위나 다름없는 정청래를 내친 탓일 수도 있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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