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의 구조를 완전히, 영원히 바꿀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을 읽고 그 파급 효과를 예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 속에 기업 비즈니스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운명까지 크게 바꿀 위협과 기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올해도 이어지는 코로나19의 충격을 기회로 바꾸기 위한 우리기업의 경영전략을 중심으로,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기회로 반전시킬 이들의 역량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SK그룹(회장 최태원)은 2021년에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도입하고 체득화 시켜 나간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ESG경영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측정 및 보상 수단의 진화발전, 공감에 기반한 사회적 포용 등이 결합한 것이다.

여기에 투자 전문회사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회사 SK(주), 이동통신 업계 1위를 굳건히 다지는 SK텔레콤, 반도체 호황기가 기대되는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가 탄탄한 수익을 거둬드릴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한 SK(주)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한 SK(주)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한 SK(주), 첨단소재·바이오 사업 관심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SK㈜는 올해를 첨단소재와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의 실행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정하고, 조직 개편 등을 통해 투자 생태계 조성을 가속화한다.

이를 위해 SK㈜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4대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존 투자 1센터 등의 명칭을 첨단소재 투자센터 등으로 변경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 투자센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시장의 빠른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화학, 신소재 고분자 전공 박사급 전문 인력 영입과 핵심 기술 기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린 투자센터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감 사업모델 등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SK그룹의 RE100(Renewable Energy 100) 대응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지속가능 대체식품(Alternative Food) 사업과 리사이클링,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영역의 신기술과 혁신적 사업을 지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다.

SK㈜는 수소사업추진단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두고 친환경 수소 생태계 구축을 가속할 계획이다. 올해 초 SK㈜는 SK E&S와 함께 미국 수소에너지 선도 기업 플러그파워에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바이오 투자센터는 신약 개발과 원료의약품위탁생산(CMO)을 두 축으로 합성신약에서 바이오신약까지 아우르는 사업 역량 확보에 나선다. 미국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와 진행 중인 표적 단백질 분해 신약 등 혁신신약 사업도 강화한다.

SK㈜는 인수 추진 중인 프랑스 유전자치료제 CMO사인 이포스케시를 시작으로 고성장 바이오 CMO로 영역을 확장해 합성과 바이오를 아우르는 글로벌 톱티어(Top-Tier·일류) CMO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투자센터는 AI, 자율주행 등 이머징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한다. 투자 3년만에 지분가치가 2.5배로 상승하며 '대박'을 낸 글로벌 물류 인프라 기업 ESR을 포함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친데이터그룹,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냉열을 활용하는 초저온 콜드체인 회사인 한국초저온 등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도 확대한다.

SK㈜는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의 자본, 기술, 투자 역량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투자 전문 플랫폼인 SK㈜만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적시에 투자를 회수해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고 실현 수익은 미래 성장 사업에 재투자하는 투자 선순환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유가 충격 겪은 SK이노베이션, 사업 다각화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조5000억 상당의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 실적이 코로나19 충격에 크게 악화한 결과다. 신 사업인 배터리 부문은 사상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기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유가가 요동친 탓이 크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사업에 더해 신사업 육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배터리와 소재 사업은 지난해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며 성과를 거뒀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조직개편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키우고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이노베이션은 기존 기술혁신연구원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그 산하에는 차세대배터리연구센터, 환경기술연구센터를 각각 신설했다. 또 화학연구소를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로 개칭해 환경분야 기술경쟁력 확보에 주안점을 뒀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배터리연구소를 배터리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ESG경영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SV(사회적가치) 담당조직을 ESG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또 SK에너지는 친환경 프로젝트 담당, SK종합화학은 '그린 비즈 추진 그룹'(플라스틱 순환경제 완성을 위한 신규사업 총괄)을, SK루브리컨츠는 '그린 성장 프로젝트그룹' 등을 각각 신설해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기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및 친환경 방향의 신규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CIC 체계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통큰 투자 이은 ESG 내실화 속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인텔사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 글로벌 2위 도약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사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부문을 90억달러(약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0조가 넘는 통 큰 투자에 나선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 있어서는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 부문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5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인텔의 낸드 부문을 인수해 낸드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려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통큰 투자에 이어 올해에는 ESG경영의 내실화에 박차를 가한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s)를 극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추진 계획 'SV 2030'을 진행한다. SV 2030 로드맵은 환경, 동반성장, 사회 안전망, 기업 문화 등 4대 분야를 정해서 203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화한 것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친환경 비전인 '그린(Green) 2030'을 통해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2050년까지 완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반성장 분야에서는 소재·부품·장비 협력회사들의 역량을 높여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는 상생 생태계를 활성화한다.

사회 안전망과 관련해서는 감염병 대유행, 자연재해 등 위기에 대비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적립하고 취약 계층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계획수립에 이어 SK하이닉스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0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환경오염 예방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수목적 채권이다.

최근 애플, TSMC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RE100'(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에 참여하고 ESG 채권을 발행하는 등 ESG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SK텔레콤, 5G 시장 본격화에 수익 기대·신사업 발굴

SK텔레콤은 본격적인 5G 시장이 도래하면서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에 AI빅테크와 마케팅컴퍼니로 함께 도약한다.

5G 상용화의 3년째를 맞아 5G 가입자도 대폭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맞춰 5G 인프라 구축부터 시작해 기존보다 낮춘 5G 중저가 요금제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빅테크·마케팅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2021년 조직개편에 나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핵심 사업과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서비스단은 'AI&CO(컴퍼니)'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SK ICT 패밀리사의 모든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조직인 T3K는 ▲딥러닝 기반 대화형 AI '한국어 GPT-3' AI 가속기 ▲데이터 분석 플랫폼 ▲MEC(모바일에지컴퓨팅) 클라우드 개발에 집중하는 4대 프로덕트 컴퍼니로 개편됐다. 또 최근 자체 개발한 국내 최초 AI 반도체 '사피온'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는 MNO(모바일)사업부는 9개 핵심 사업·프로덕트에 주력하는 마케팅 컴퍼니로 재편됐다.

이들 9개 컴퍼니는 모바일, 구독형상품, MR(혼합현실)서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다.

SK텔레콤은 비대면 시대를 맞아 MNO사업부의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언택트 CP(캠프)를 신설했다. 효율적인 5G 인프라 투자 및 운용을 위해 별도 조직이었던 ICT 인프라센터도 MNO사업부 산하로 옮겼다.

Corp(코퍼레이트)센터는 다음해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초협력으로 새로운 글로벌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SK텔레콤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우버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사업 제휴를 성사했다.

Corp센터는 산하에 IPO추진담당 등을 신설해 국내외 투자를 유치해 자회사의 IPO를 적극 지원한다.

ESG혁신그룹을 통해 SK ICT 패밀리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전담하도록 했다.

먼저 매년 신년회를 열었던 SK그룹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신년회 없이 새해를 맞을 예정이다. 신년회 대신 최태원 SK 회장의 신년사를 사내 게시판과 임직원의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4대그룹 가운데 '맏형'으로 불리는 최태원 회장이 연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신년사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ESG 경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거듭 역설할 전망이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 포럼에서 ESG 관련 가치를 만들어낸 기업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ESG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민간·공공 부문의 ESG 가치 창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이 올해를 SK 각 회사가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기로 한 만큼 파이낸셜 스토리의 실행을 강조하고, 재무제표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시장의 신뢰와 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성장 전략으로 바꿔나갈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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