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5개월 앞두고 오피스텔 1009실 '완판'…9개월 후 444실 계약해지
시공사·피해주장 계약자 "시행·분양대행사가 명의만 빌린 사기" 주장
시행·분양대행사 "사기분양 할 일 없어…시장 상황이 악화된 영향"
정확한 내용 모르고 계약서 쓴 약 300명의 계약자들만 선의의 피해

준공된지 1년 6개월 정도 된 충남 서산시의 한 오피스텔이 사기분양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 오피스텔은 2019년 9월 준공된 '이안큐브 서산테크노밸리(이하, 이안큐브)'로, 오피스텔 1009실과 상가 94실로 이뤄진 서산시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공사비는 약 993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오피스텔 1009실 중 444실에 대해서는 무더기 계약해지(2019년 11월)가 이뤄졌고, 300명이 넘는 계약자들은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입주자는 고작 200여가구 정도다.

공사비 중 200억원(지연이자 포함)를 떼인 시공사는 시행사 대표 등을 사기분양 협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조사를 거쳐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사기분양 혐의로 검찰송치에까지 이른 이 오피스텔은 분양 과정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사안별로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했다.

사기분양 논란에 휩싸인 이안큐브서산테크노밸리. 네이버지도 거리뷰.
사기분양 논란에 휩싸인 이안큐브서산테크노밸리. 네이버지도 거리뷰.

◇ 서산테크노밸리 관문에 위치한 '이안큐브'

충남 서산시 성연면 오사리에 들어선 이안큐브. 서산테크노밸리 관문에 위치하고 있다. 시행사는 유림디앤씨, 시공사는 대우산업개발이다.

시행서산테크노밸리는 주거와 상업·산업이 복합된 첨단산업단지로 2007년부터 ㈜서산테크노밸리(한화도시개발, 서산시, 산업은행 특수목적법인)가 개발에 들어가, 2014년 4월 1단계구역을 준공했다. 조성면적은 198만5848㎡이며 분양이 완료된 주거용지에는 힐스테이트와 이안, e편한세상 등 6300여세대가 입주하거나 할 계획이다. 산업시설용지에는 약 300여개 기업체를 유치해 1만8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안큐브가 분양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16년 9월. 당시만 해도 서산테크노밸리에 대한 기대와 인근 대산항에서 중국 산둥성을 오가는 국제여객선이 취항할 것이라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서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오피스텔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초기 분양 성적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분양에 들어간지 두 달이 됐지만 계약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는 같은 해 12월 이른바, '조직분양'에 들어갔다. 조직분양이란 영업사원들이 점조직을 이뤄 직접 분양마케팅에 나서는 방식으로, 분양 대행 수수료도 비싸진다. 조직분양 결과인지 이후 계약률은 올라갔고, 준공을 5개월 정도 앞둔 2019년 2월에는 100% 분양이라는 '완판'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서산테크노밸리 기업 유치는 예상보다 훨씬 부진했고, 사드(THAAD) 사태 등의 영향 등으로 한-중국제여객선 사업도 무산됐다. 확실한 임대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그러자 분양계약자들이 잔금 납부를 거부하며 계약해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시행사인 유림디앤씨는 2019년 11월 오피스텔 444실에 대해 계약해지를 받아들였다.

◇ 사기분양 논란은 왜 불거졌나?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자들은 "시행사와 분양대행사가 오피스텔을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300만~500만원(1채당) 사례금을 주겠다며 명의만 빌려 계약서를 썼다"는 입장이다. 조직분양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또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는 조직분양을 하면서 계약금을 대신 지불하면서 '분양대행사와 계약자가 공동사업을 한다'는 내용의 신탁약정서를 쓰는 방식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인지 초기 지지부진했던 분양계약률도 높아졌고, 준공을 앞두고는 모두 계약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오피스텔이 준공이 되고나서 문제가 불거졌다. 공사가 끝났지만 시공사는 공사비를 다 받지 못했고, 상당수 계약자는 "명의만 빌려 계약서를 썼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한 계약자는 "100억대 부자라는 모씨가 이안큐브 100실 이상을 매입해 임대사업용으로 쓰려고 하는데 등기가 나올 때까지는 명의가 필요하다"며 "나중에 해당 오피스텔을 다시 매입해주겠다며 주민들을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1인당 2~3채씩 분양계약을 체결했고, 일부 계약자들은 자신의 통장과 도장, 현금카드까지 분양대행사에 맡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계약서를 작성했던 300명에 가까운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분양당시 홍보용으로 쓰였던 이안큐브서산테크노밸리 광역 조감도.
분양당시 홍보용으로 쓰였던 이안큐브서산테크노밸리 광역 조감도.

◇ 시행사 대표를 고소한 대우산업개발

이안큐브를 시공한 대우산업개발은 유림디앤씨 유모 대표 등 관계자들은 충남지방경찰청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진정했고, 이 사건은 경찰수사를 거쳐 최근 검찰로 송치됐다.

대우산업개발이 시행사 대표 등을 고소한 이유는 금융권 대출을 받기 위해 허위계약 수백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기분양을 했다는 것이다.

오피스텔 분양과정에서 금융권 중도금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분양계약률이 일정 수준이 돼야 한다. 통상 50%를 넘기면 금융권 대출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안큐브는 초기 분양 실패로 계약률이 낮자 시행사와 분양대행사가 짜고 사례금을 주고 명의만 빌려 허위계약을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명의를 빌린 수백건의 허위계약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대출을 받은 돈은 빼돌리고 공사대금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행사측은 (서산 이안큐브) 사업이 안돼서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 또 다른 오피스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했다.

시행사가 무더기 계약해지(444실)를 해준 것도 애초부터 명의만 빌린 허위계약이었기 때문이라는게 대우산업개발의 주장이다.

시행사인 유림디앤씨는 이안큐브 사업 실패로 지난해(2020년) 10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유씨는 개인재산이 가압류됐다. 그러나 유씨는 다른 시행사의 대표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고급 오피스텔과 상가 분양사업을 하고 있다.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유모 대표가 가족 명의 차명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다고 본다. 서산 오피스텔 사업을 시행했던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대표 개인 재산도 압류당했다고 하는데 멀쩡하게 다른 시행사 대표가 돼서 강남에서 오피스텔 분양을 해서 성공했지 않냐?"며 "숨겨 놓은 돈으로 공사대금을 갚고, 계약자들에게 피해 보상도 하면 이번 사태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분양대행사는 "우리도 피해자"

시공사와 상당수 계약자들이 사기분양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항변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허모 본부장은 "명의를 빌려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 얼굴도 모르고 본 적도 없다. 그리고 분양을 하다보면 영업 일선에서는 (명의를 빌리는 일이) 가끔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테크노밸리와 국제여개석선 운항 무산 등 계획했던 호재성 재료들이 사라지면서 임차인 구하기도 어려워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불거진 것이라는 것이다.

444실에 대한 일괄 계약해지에 대해서는 허모 본부장은 "분양 당시보다 준공후 입주시기에 서산의 전반적인 상황(대산항 크루즈, 기업체 인력유입, 금융규제로 인한 중도금대출전환 등)이 안 좋아졌고 분양당시보다 낮아진 수익률 등 해지 요청이 쇄도해 시공사의 승인 후 합의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허모 본부장은 "만약 시장상황이 좋아서 임대시장이 활황을 보였다면 계약자들이 명의만 빌려줬다고 하겠느냐? 기본적인 원인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300여 세대가 등기완료 됐거나 진행중이며 등기완료 세대는 공실없이 임대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시행사 유림디앤씨 유모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의대여 사기 분양은 사실이 아니며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며 "준공 이후 분양가보다 오피스텔 시세가 떨어지니 일부 계약자들은 계약 해지를 하고 싶어하고, 중도금 대출 압박도 받고 있다. 그런데 시공사가 ‘분양 대행사가 억지로 분양하도록 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양당시 홍보용으로 쓰였던 이안큐브서산테크노밸리 위치도.
분양당시 홍보용으로 쓰였던 이안큐브서산테크노밸리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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