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논란 극복차 우리사주 지급
직원 불만 폭발에 우리사주·EVA 변경
성과급 논란 봉합나섰지만 불만 남아
SKT서도 불만 터지자 복지포인트 늘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에서 낮은 성과급이 지급되자 직원들의 박탈감이 외부로 표출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초과이익배분금 산정 기준을 변경하고 우리 사주를 발행해 구성원들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4일 이천 본사에서 중앙노사협의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된 초과이익배분금(PS) 산정 기준을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우리 사주를 발행해 구성원들에게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사측이 제안하고 노조가 수용하며 PS 제도 개선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SK하이닉스의 PS는 전년 실적이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했을 때 주는 성과급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매우 좋았으나, 실적이 좋지 못했던 전년에 PS를 건너뛰고 대신 지급했던 특별 기여금과 2020년분 PS가 같자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 사측은 실적이 개선했지만 PS 산정 기준은 EVA를 고려하면 불가피했으며, EVA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최근 경력사원 채용 공고가 나오면서 대규모 이직 조짐 등 내부 동요가 심해졌다.

실제로 삼성의 채용 공고가 뜨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직원들 가운데에서는 “이직하고 싶다”는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거론될 정도로 업황 전망이 밝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을 뽑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되자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SK하이닉스는 노사 협의에서 대폭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SK하이닉스는 PS를 산정하는 기준 지표를 EVA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해서 다음 주 구성원과 소통한다고 밝혔다. 수치가 명확하게 공개되는 영업이익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우리사주를 발행해서 구성원들이 매입하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혜택이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우리사주를 구성원에게 부여해 회사의 미래 성장을 함께 도모한다는 의미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우리사주 발행은 이사회 승인이 전제이며 구체적 방안은 추후 결정된다.

이외에 사내 복지포인트인 하이웰포인트 300만 포인트를 전 구성원들에게 지급하는 내용도 이날 노사 합의에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노사의 합의로 성과급 논란이 일단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사장은 "지금까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회사의 신뢰인 만큼 경영의 방향을 공정함과 투명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주 SK하이닉스 이천노조위원장은 "회사와 구성원이 상호 발전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강국모 청주노조위원장 역시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전날 노사 협의에는 사측과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공장 전임직(생산직) 노조가 참가했다. 기술 사무직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정식 교섭단체로 인정받지 못해 노사 협의에 불참, 갈등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또 우리사주의 경우도 4년동안 보호예수 기간이 정해져 있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VA의 경우도 산출 기준을 공개한 것도 아니기에 논란 자체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이웰포인트도 현금화시 수수료와 세금까지 부과돼 당장 현금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다른 기업들도 SK하이닉스와 유사한 성과급 논란을 겪고 있다. SK그룹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 노조도 최근 전환희 위원장 명의로 성과급에 대한 항의 서한을 박정호 CEO에서 보냈다.

SK텔레콤 노조는 서한에서 "조만간 지급될 성과급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성과급(IB·인센티브 보너스)을 많이 기대했는데 큰 폭으로 줄 것으로 보여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성과급 규모를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SK하이닉스의 논란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했으나 논란이 그룹 전체로 확산된 것이다.

이에 박정호 사장은 전날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경영으로 제고한 사회적 가치가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회사의 성장과 발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에서 터진 성과급 논란은 다른 업체에도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지난해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에 비해 성과급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LG화학과 최근 독립한 LG에너지솔루션 내부에서도 성과급 규모 차이를 두고 불만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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