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더 이상 스트레스의 주범이 되지 않아야

이제 총선이 20여일 남았다. 요즘처럼 정치인들에 대하여 말들이 많은 날도 드물 것이다. 다수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행태로 인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나라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박 공천 학살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공천 갈등에 몸살을 앓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발했던 유승민 의원을 자발적 퇴출로 유도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더민주당 또한 논문 표절 의혹이 있는 박경미 교수의 비례대표 1번 공천과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이 전해지면서 도덕적 지탄을 받고 있다. 총선과정은 패거리주의와 사욕, 상대에 대한 비난과 욕설 이외에 별로 보여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풍경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정치에 눈을 돌리고 애써 외면하려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지금처럼 요긴할 때가 없는 것 같다. 수신이 안된 정치인들의 쟁투가 종국에는 나라 전체를 어지럽게 만들 것이다. 사실, 각 정치인의 인격이 정치 문화와 정치 제도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중요한 고사성어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문득, 다산 정약용의 수오재기(守吾齋期)가 떠오른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뉴시스

"대체로 천하의 만물이란 모두 지킬 것이 없고, 오직 나[吾]만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내 밭을 지고 도망갈 자가 있는가. 밭은 지킬 것이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집은 지킬 것이 없다. -- 그런즉 천하의 만물은 모두 지킬 것이 없다. 유독 이른바 나[吾]라는 것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잘하여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다산은 천하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나[吾]임을 직시하면서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굳게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다산은 중용강의보(中庸講義補)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몸을 수양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 몸을 수양하는 것은 하늘을 아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정치인은 자신의 몸을 수양하고 성실히 덕을 쌓음으로서 하늘의 뜻, 즉 시대정신을 깨닫고 행동해야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정치인들만큼 우리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은 없다. 대부분 판·검사 출신, 유명 언론인 출신, 고위 공직자 출신 등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 여의도다. 그런데 왜 집단 지성은 땅으로 추락하는 것일까? ‘집단지성’이란 말을 처음 쓴 삐에르 레비(Pierre Lévi)는 인간이 협력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을 하고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분배하고 교환함으로써 사회진화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현실은 이기심과 개인의 권력욕으로 집단지성이 왜곡되고, 투쟁의 도구가 되어 버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레비가 이야기했던 집단지성이 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산의 정언들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산의 사의재기(四宜齋記)를 돌아보자.

“생각은 마땅히 깨끗해야 한다. 깨끗하지 않으면 그것을 빨리 맑게 해야 한다.”
“모습은 마땅히 바르게 해야 한다. 바르지 않으면 그것을 빨리 바르게 해야 한다.”
“말은 마땅히 적어야 한다. 적지 않으면 빨리 그쳐야 한다.”
“행동은 마땅히 무거워야 한다. 무겁지 않으면 빨리 늦추어야 한다.”

우리 정치인들이 연초에나 멋스럽게 고사성어 한마디를 던질 것이 아니라 다산의 이 한마디 만 이라도 마음속에 간직한다면, 이렇게 정치가 시끄럽거나 작은 욕망들이 충돌하는 투쟁의 장이 되지는 않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힘든 국민들에게 정치가 더 이상 스트레스의 주범이 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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