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의 구조를 완전히, 영원히 바꿀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을 읽고 그 파급 효과를 예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 속에 기업 비즈니스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운명까지 크게 바꿀 위협과 기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올해도 이어지는 코로나19의 충격을 기회로 바꾸기 위한 우리기업의 경영전략을 중심으로,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기회로 반전시킬 이들의 역량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한화그룹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성장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는 제조업과 군수사업 위주의 기존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로 지속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여기에 태양광과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선제 투자까지 병행한다.

◇ESG 이미지 강화 통해 군수이미지 탈피

한화는 지속가능한 경영과 함께 동반성장 경영을 강조하는 등 ESG경영을 전반적으로 더욱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앞으로 2∼3년이 산업 전반 지형이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게 가장 한화다운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세계 시장 리더십 확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경영 ▲'함께 멀리' 동반성장경영 확대 등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 K에너지, K금융 등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특히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탄소 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김 회장은 "비대면 환경이 확산할 때일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과 디지털 전환 역시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회장의 언급처럼 한화는 환경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 6개 금융사는 '탈석탄 금융'에 뜻을 모았다.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한화저축은행·캐롯손해보험 등 한화그룹 금융 6개사는 앞으로 국내외 석탄 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지 않고 국내외 석탄 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한화그룹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 나서기 위해서 먼저 환경경영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태양광 이은 수소 산업 강화로 미래 먹거리 발굴

한화그룹은 기존에 주력해온 태양광 산업에 이어 수소 산업도 선제 투자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

이는 ‘한화 3세’ 중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사장)가 주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3대 주력 사업은 케미칼, 큐셀(태양광), 첨단소재다. 다만 지금까지 첨단소재부문은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화솔루션은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 중립’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자 태양광과 그린수소 사업에 대한 선제 투자를 위해 최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중 1조원은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며 2000억원은 태양광·풍력처럼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분야에 투입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그린 수소 분야에서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 개발, 수소의 저장·유통을 위한 수소 탱크 사업 확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한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수소 에너지 확보에 필수적인 저장용기 고도화를 위해 고압 탱크업체 시마론을 인수하기도 했다. 시마론은 2000리터에 달하는 초대용량 형태의 복합 소재 탱크 기술을 갖췄다.

김동관 사장은 시마론 인수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며 계약 성사까지 인수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유상증자와 투자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10년 이상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쌓아온 역량을 발판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결합된 태양광 솔루션 사업, 발전소 개발 사업, 소비자에 직접 전기를 판매하는 전력 판매 사업을 유럽 등에서 펼쳐 나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회장 복귀로 3세 경영 더욱 빨라질 듯

김승연 회장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화그룹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지주사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등기임원)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지주회사격이면서 김승연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한화가 대표적이다. 방산·항공 모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를 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승연 회장이 대표이사를 물러나 있는 동안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한 한화솔루션은 현재 김동관 사장, 차남인 김동원 전무는 한화생명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 상무보는 최근 한화에너지로 복귀하며 향후 후계 구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 김승연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보다 등기이사의 법적 책임이 더 커진데다 김동관 사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이 본격화한 만큼 서둘러 등기이사에 복귀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의 나이가 70대에 접어드는 만큼 그룹 내에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세 아들을 대상으로 경영권 수업을 강화하면서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투자 등은 본격적으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김승연 회장이 항공·우주 산업 강화를 공언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김 회장의 신년사 직후 인공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우주 사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도 위성 탑재체인 영상레이더(SAR)와 위성 안테나 등 위성 사업과 더불어 도심 에어 택시와 같은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프랑스 토탈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미국 시장에서 태양광사업 개발과 운영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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