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쾌거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정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더민주 전국노동위원회 소속 당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예정된 중앙위원회의를 앞두고 청년, 노동분야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16.03.21ⓒ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싸고 큰 홍역을 치렀다. 김종인 대표의 비대위가 도덕성과 당헌을 무시하고 비례대표 후보들을 A, B, C 3개 그룹으로 분류해 당 중앙위의 순위 투표를 무력화하려 했던 비민주적 행위가 당 안팎의 엄청난 반발을 불어왔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는 국회에서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대변하기 위한 제도다. 지역구 선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한다.

더민주의 당헌 102조에는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 여성, 노인, 장애인, 직능, 다문화 등의 전문가를 고르게 안분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비대위가 제안한 후보 명단은 이런 취지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했다.

또한 비례대표 공천은 유권자들에게 당의 노선과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도덕적 흠결이 분명하고, 야당을 종북으로 몰아세운 인사들을 앞세우면서 어떻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후보들을 A, B, C 그룹 간 칸막이 나눈 것은 비대위 뜻대로 사실상 공천을 확정하겠다는, 삼척동자도 알아볼 수 있는 꼼수로 당헌을 위반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중앙위원들은 비대위의 의도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가 않았다. 더민주 중앙위는 당대표를 포함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직능위원장 등 당의 지도급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위는 전당대회를 제외하고 명실공히 당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후보자 추천을 위한 순위투표의 권한이 있다. 중앙위는 비대위의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했다.

중앙위가 잘못된 공천에 반대하고 수정안을 내는 것은 당헌·당규에서 보장된 당연한 절차였다. 때문에 당헌상 중앙위 권한을 침해하는 방식의 비례선출방식 요구는 기각되었고, 칸막이는 없어졌으며 당 대표의 과다추천권도 해소되었다.

투표결과 더민주 정강정책에 훨씬 더 부흥하는 인사들인데도 불구하고 당선가능성이 전혀 없고 허울뿐인 C 그룹에 속해있던 후보들이 대거 앞 순위에 배정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민심이고 당심이었던 것이다.

특히 김현권 전 의성군한우협회장은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그는 농어민 대표 몫으로 비례를 신청했으나 애초 C(21~45번) 그룹으로 분류돼 당선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중앙위원들의 ‘반란’으로 직접 투표가 이뤄지면서 당당하게 1등으로 올라섰다.

제윤경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의 부채탕감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녀의 상위득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민주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면 말이다.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계파 갈등과 탈당 사태로 흔들리던 더민주를 지금 수준으로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한 것은 누구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김 대표와 비대위원들이 전략공천 권한을 남용하고 당선가능성을 기준으로 후보들을 A, B, C 그룹으로 나눈 것은 잘못된 일이며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권을 부여 받았다고 사심에 따른 공천을 한다면 이건 이미 공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지만 더민주의 비대위원 중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서 잡음을 일으키며 많은 지지자들에게 실망시킨데 대해 책임을 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

굳이 세월호 가족을 ‘시체 장사'에 비유했던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이 포함돼있는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행태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중앙위가 비례대표 선정과정에서 모처럼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정당민주주의가 그 당에 살아있음을 보여준 쾌거였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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