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종합과세로 빈 곳간 채워야

나라 곳간을 열라는 정치권과 곳간을 지키지 못할 때 더 큰 위험이 올 수 있다는 재정당국의 줄다리기가 4월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팽팽하다. 그 사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불황 경기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애타는 피눈물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주렁주렁 차디찬 고드름이다. 민생을 살려야 나라가 있고, 곳간도 채울 수 있다. 지금은 꼭 써야 할 곳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동시에 혈세가 줄줄 새는 곳이 없는지, 빈 곳간을 채울 수 있는 묘책이 없는지도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빚을 줄이는 혜지는 세금도둑을 잡아내고, 세금도둑의 편에 선 공범이 자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을 재정비, 조세정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로 모아져야 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사리사욕 채우는 의원 입법

2. 탈세 온상 상품권 

3. 원칙 어긴 재산소득 과세제도

4. 리베이트 천국 '세금도둑 마피아'

5. 기는 세무행정…나는 세금 도둑

6. 주택과세, 제대로 해라

세제는 수직적 및 수평적 형평성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수직적 형평성이란 응능부담의 원칙으로 소득이 많을수록 세 부담을 누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수평적 형평성 원칙이란 발생한 소득의 형태와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의 소득을 가진 납세자는 같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세소득 종류별로 세 부담 차이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18년 7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세제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기준금액을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인하하고, 연간 이자 또는 배당소득이 1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2%의 종합소득세율로 누진과세 하라고 권고했다. 이자나 배당 등의 금융소득의 경우, 현재 2천만원까지 14% 원천징수만 할 뿐 종합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과세대상자는 9만4천여명에서 40만명으로 늘어나지만, 전체 국민의 1% 미만에 불과하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문 정부, 불로소득에 특혜 여전  

2018년까지 2천만원이하의 주택임대소득은 비과세 대상이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게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시 기획재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등 대부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진보정권 행정부에서 나올 수 없는 주장일 것이고, 이를 수용한 여당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도 이해할 수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금년부터 연 1천만~2천만원 구간의 분리과세 금융소득과 연 2천만원 이하의 분리과세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건보공단이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금융소득이 연 2천만원을 초과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경우 건보료 부담이 늘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1천만원이 넘는 분리과세 금융 소득까지 건보료 부과 적용 대상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건보공단은 지역 가입자의 11월 보험료는 10월 대비 가구당 평균 9% 올랐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소득세제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땀 흘려 번 소득보다, 불로소득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불로소득에 대해 중과세는 못 할지언정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차제에, 이자, 배당, 그리고, 주택임대소득 등의 소득 종류별로 2천만원 한도를 적용해 분리 과세할 것이 아니라, 불로소득 전체를 합산해 1천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 종합과세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 특혜, 일대 수술 긴요 

세제가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보다 수평적 형평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아냥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책기획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 중심의 조세·재정 혁신의 정책 마련을 강조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책기획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 중심의 조세·재정 혁신의 정책 마련을 강조했다.(청와대)

197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미드(James Meede)교수가 미드보고서 발간 동기 머리말에서, “너무 오랫동안 영국의 조세개혁들은 임시방편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왜냐하면, 조세개혁이 조세 구조 전체의 변화에 미치는 효과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국 조세체계의 많은 부분들은 합리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해가 상충되는 목표들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추구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목표들은 상호 모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우리의 세제 곳곳에 숨어있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특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원칙은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는 큰 틀에서 원점에서 새로운 조세제도를 그려낸다는 각오를 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조세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당정은 최근 코로나19사태 진정 이후 소비진작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풀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지원 규모를 둘러싼 정치권과 기재부 간의 샅바싸움은 또 한번 재연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기재부는 최악의 민생고를 덜어주기 위해 불요불급한 곳에 곳간은 풀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빈 곳간을 채우며 코로나19 혼돈기에 더욱 심화된 빈부의 양극화를 해소시키기 위한 조세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시대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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