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스윙보터)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결코 승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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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산토끼라고 불리는 중도층은 사실은 무당층이라고 불러야 적확한 용어다. 마음이 흔들리는 투표자라는 의미에서 스윙보터라고도 부른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도움을 줄 만한 후보를 찾기 위해 지지 정당을 쉽게 바꾸기도 하며, 이념 지향적 투표 성향보다는 선거 당시의 정치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13대 소선거구제 부활 이후 19대까지 원내에 진출한 제3세력을 지지한 유권자는 평균 389만명이었으니 유효투표수의 19.4%이다. 무소속 당선자까지 합산하면 2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0.87% 간 발 차이로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정당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47.6%에 머물렀으나 남 후보는 1 대 1 구도에서 새정치연합의 김진표 후보를 눌러버렸다.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의 막판 사퇴로 무효표가 약 15만표(2.9%) 발생했지만 남경필 당선자의 가장 큰 승인은 스윙보터들의 힘이었다. 이들은 약 5.7%에 해당하는 엄청난 투표였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내 구청장은 84%, 시의원은 74.5%가 민주당이 석권하는 등 오세훈 후보의 승리는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정당 비례대표에 있어서도 전국적 야권연대에 합의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합산하면 8.2% 정도 뒤지고 말았다. 하지만 오세훈 후보는 0.6% 차이로 신승을 거둠으로써 이 선거에서의 스윙보터들은 무려 17.4%에 달했다.

19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5% 이내로 승부가 결정된 박빙지역은 무려 29곳으로 선거구수의 25.9%에 달했다. 이번 4·13 총선에서는 선거구 조정으로 10석이 늘어나 122석이 되므로 수도권 비중도 이제 전국 48.2%로 더욱 중요해졌다. 따라서 선거구마다 더욱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수도권 총선, 2014년 경기지사 선거 등을 살펴볼 때 스윙보터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어느 당이든 승리는 없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완벽한 선거연합을 이루어냈다.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주통합당은 36.45%, 통합진보당은 10.3%를 득표했으니 양당 합계는 46.75%였다. 비례대표 의석수도 양당은 27석을 획득해 새누리당을 2석 앞섰다. 그러나 야권연합은 정당투표 득표율에서 42.8%에 그친 새누리당에게 12석이나 뒤져 과반수 의석을 내주고 말았다. 즉 지역구에서 14석이나 패배한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 지역구 후보자들은 평균 43.3%를 득표했다. 그렇지만 민주통합당 후보자들은 37.9% 득표에 그쳤다. 민주통합당이 절대 우세인 호남(25석 획득)을 제외하면 새누리당은 47.7%로 더 증가하고 민주통합당은 36.4%로 약간 낮아진다. 이것이 127석(새누리당) 대 106석(민주통합당) 지역구 의석 차이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2004년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연대 없이 독자 노선을 걸었으나 수도권 의석 69.7%를 휩쓸었다. 19대는 통합진보당과 완벽한 야권연대를 하고도 61.6%의 의석만을 차지했다. 2014년 지방선거 역시 야권연대 없이도 서울시장은 13% 차 압승, 서울지역 구청장도 80%를 석권했다. 이는 민주진보연대만큼보다 스윙보터들의 이탈이 훨씬 많다는 데이터이다.

또 다른 증거도 있다.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21명 당선자 면면을 보면 전문가, 직능 분야 또는 소수자 배려는 눈에 띌 정도였다. 압도적인 다수는 진보운동가 또는 시민운동가 출신들이었다. 이것 역시 스윙보터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을 향한 더민주의 공천 작업도 끝나고 후보등록이 시작됐다. 지역구에서는 하위 20% 컷 오프 탈락자(신계륜, 유인태, 노영민, 송호창, 전정희)와 불출마자(최재성, 문재인), 그리고 정밀심사 후 공천 배제대상자(이미경, 이해찬, 오영식, 최규성, 정청래, 강기정, 전병헌, 정호준, 부좌현, 강동원)가 결정됐다. 그 자리에는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새 인물들이 배치됐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대부분 문재인 전 대표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공천됐다. 서울 도봉을(유인태) 오기형, 경기 남양주갑(최재천) 조응천, 서울 은평갑(이미경) 박주민, 서울 동작갑(전병헌) 김병기, 서울 마포을(정청래) 손혜원, 전북 남원·순창·임실(강동원) 박희승 등은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물들이다. 부산 사상(문재인) 배재정 후보는 현직 비례대표의원으로 문 전 대표가 직접 지역구를 물려준 인물이다. 전북 익산을(전정희) 한병도 후보는 17대 열린우리당 의원 출신으로 노무현재단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익산갑에서 이춘석 의원과 경선에서 패했으나 이례적으로 이웃 선거구에 전략 공천돼는 특혜를 누렸다.

이번에는 비례대표를 살펴보자. 더민주 당헌에는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 직능, 농어민, 안보, 재외동포, 국가유공자, 과학기술, 다문화 등의 소수자 배려 또는 전문가를 안분한다고 되어 있다. 관련 당규에는 또한 민생복지전문가,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의 우선 추천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선권인 15번 이내는 당내 인사가 가장 많이 배치됐다. 김종인 대표, 송옥주 홍보국장, 김현권 경북 의성·군위·청송 지역위원장(농어민 대표 몫),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김성수 대변인, 이용득 전 최고위원, 심기준 강원도당 위원장(취약지역 몫) 등 7명, 무려 46.7%에 달한다.

이에 반해 직능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교육), 최운열 전 서강대 부총장(경제민주화), 문미옥 여성과학기술인 실장(과학기술),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안보) 등 겨우 4명뿐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하거나 문 전 대표와 이러저러한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2번에 셀프 공천한 김종인 대표는 이번에 당선되면 비례로만 5선을 하는 셈이어서 기네스북 감이다. 그러나 사실 당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직능대표성 또는 소수자 배려가 비례대표제의 취지라면 김 대표가 어떤 직능 또는 소수자를 대표하는지 모르겠다. 과거에도 당 대표들이 비례대표에 출마했으니 지금 왜 시비를 하느냐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잘못된 관례는 없애야 한다. 이번 총선의 경우 김무성, 안철수, 천정배, 심상정 등 주요 정당 대표들이 모두 지역구에 출마한다.

이재정 민변 전 사무차장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나꼼수 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맡아온 진보색채의 인물이다. 제윤경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 대표는 장기연체자 채무탕감 목적의 주빌리은행 설립에 참여해 상임이사를 맡아온 서민 경제민주화 운동가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몸을 담았다.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다. 정춘숙 전 여성의 전화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시절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2011년부터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니 노동계 인사라기보다는 이미 당내 인사가 되었다. 이번에 전국노동위원회에서 직선으로 뽑힌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20위권 밖으로 밀어냈으니 명백한 당헌 위반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가 21·23대 한국노총 위원장을 역임했고 한국노총은 조합원은 겨우 84만명으로 임금노동자의 4.5%만을 대표할 뿐이다. 심기준 강원도당 위원장의 경우, 지역구 출마 경험이 전무하지만 울산 임동호(7회), 대구 임대윤(4회), 경북 포항 허대만(4회) 등을 제치고 당선권에 안착했다. 강원도는 인구 비중도 3.0%에 불과해 경북(5.2%), 대구(4.8%)보다 낮다. 따라서 취약지역 배려 취지에 맞지 않는 이해하기 어려운 공천이다. 한편 농어민 대표인 김현권 후보는 경북 의성·군위·청송 지역위원장이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구경북의 농가인구는 18.6%로 상위 3위이다. 호남이 24.9%로 1위, 충청이 20.4%로 2위이다. 직선 대표라고는 하지만 가장 많은 농가 인구를 보유한 호남과 충청권을 제쳤으므로 역시 대표성에는 한계를 갖는다.

이밖에도 당헌 위반 사례는 또 발견된다. 전국청년위원회가 직접 선출한 정은혜 부대변인을 16번에 배치해 당선안정권 조항을 위배했다. 김영웅 전국장애인위원회 대변인은 당선 가능권조차 동떨어진 30번에 배치해 240만명 장애인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이로써 더민주는 17대부터 내려온 전통인 장애인 비례대표 배출을 처음으로 못하게 됐다. 또한 당헌당규에 명시한 비정규직(1000만명), 노인(680만명), 영세자영업자(650만명), 다문화(82만명) 등은 의원 배출이 또 다시 미루어졌다. 이들 유권자 비중만 무려 60%에 해당한다. 도대체 승리를 하고 싶은 것인가?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23일 인천지역에서는 시당 차원의 더민주와 정의당 간 야권연대가 성사됐다. 역대 선거데이터를 살펴보면 선거연대의 결과는 항상 패배로 이어졌다. 마음이 흔들리는 스윙보터들로 하여금 투표 불참 혹은 상대 정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야권연대가 이루어진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로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2014년 지방선거(56.8%)보다 더 낮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산토끼(스윙보터)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결코 승리는 없다.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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