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공간 줄이고 소비자 공간·동선 넓혀
공간 디자인과 매장 구성에 체류시간 늘려
코로나19 시대 맞아 최고 수준 방역 시스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야심작인 ‘더현대 서울’이 26일 여의도에서 선보였다. 사진은 더현대 서울의 내부 전경. [신용수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야심작인 ‘더현대 서울’이 26일 여의도에서 선보였다. 사진은 더현대 서울의 내부 전경. 신용수 기자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야심작인 ‘더현대 서울’이 26일 여의도에서 선보였다. 최근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넘어가면서 유통가의 폐점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오프라인몰을 새롭게 오픈하는 강수를 뒀다.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국내 첫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 ‘더현대 서울(The Hyundai Seoul, 이하 더현대)’을 통해 정지선 회장의 실험이 소비자에게 먹혀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의 한복판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를 직접 방문해본 첫 느낌은 ‘넓다’는 것이다. 더현대는 코엑스몰이나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과도 비슷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단순히 몰 자체가 크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를 위해 공간을 더욱 양보해 동선이 원활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몰렸으나 물건을 보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혀 복잡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동선 너비가 넓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층별 동선 너비는 최대 8M에 달한다. 일반 백화점의 4M에 비하면 2배에 가깝다”면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소비자 5~6명이 연달아 줄을 지어도 이동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에 허풍이 없을 정도로 동선 너비가 넓다. 이는 더현대 서울의 전체 영업 면적(8만 9100㎡) 가운데 매장 면적(4만 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나머지 절반 가량의 공간(49%)을 실내 조경이나 소비자 휴식 공간 등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평균(65%)보다 30%(14%p) 가량 낮다.

층고를 높이고 천장까지 뚫린 공간으로 시원시원한 전망도 눈에 띈다.

더현대의 층고는 아파트 6층 높이인 20m에 달하고 소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제외했다. 시원하게 뚫린 천장을 통해 6층부터 1층까지 햇빛이 들어와 소비자들이 탁 트인 개방감마저 느낄 수 있다.

모든 층에서 자연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건물 전체를 오픈하는 ‘보이드(Void)’ 건축 기법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돔 천장에서 착안해 벽이나 천장이 없어 매장에서 자연스럽게 자연 채광을 느낄 수 있다.

더현대의 모든 외부 출입구(7곳)에 공항 등에서 사용되는 ‘대형 다중 인식 발열 체크기’가 설치됐다. [신용수 기자]
더현대의 모든 외부 출입구(7곳)에 공항 등에서 사용되는 ‘대형 다중 인식 발열 체크기’가 설치됐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가장 우려되는 방역 문제는 최고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도입해 대응한다.

더현대의 모든 외부 출입구(7곳)에 공항 등에서 사용되는 ‘대형 다중 인식 발열 체크기’가 설치됐다. 또 차량 진입로(3곳) 및 지하 출입구에 휴대용 열화상카메라와 안면 인식 발열 체크기를 설치해 소비자에 대한 발열 여부를 일일이 체크한다.

매장 내 공기 순환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고객시설에 공기살균기도 별도로 설치했다. 소비자 접촉 빈도가 높은 출입문 손잡이에는 살균과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난 순도 99.9%의 구리를 얇게 펴서 부착되며, 모든 에스컬레이터에는 핸드레일 살균기가 설치됐다.

자연친화형이란 개념이 적극 활용된 점도 눈에 띈다.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워터폴 가든. [신용수 기자]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워터폴 가든. 

더현대의 1층에 들어설 때 바로 눈에 띄는 12m 높이의 인공폭포로 타 점포와 분위기가 차별된다. 워터폴가든의 폭포수 인근에는 소비자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쇼핑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5층에는 더현대가 자랑하는 실내 녹색공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마련됐다. 실제로 30여 그루의 나무와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다. 스피커를 통해 새소리도 들려와 외국의 공원에 온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넓은 공간으로 인해 대형 복합쇼핑몰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IFC몰과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은 층별 배치에서 일관성이 부족해 소비자가 필요한 물품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 층을 움직여야 하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더현대와 같은 백화점은 미리 구상해놓은 계획대로 배치가 이뤄져 매장 배치의 일관성이 높다.

더현대는 대형 복합쇼핑몰 못지 않은 넓은 공간에서 백화점의 디테일을 살린 구성을 갖췄다.

여기에 MZ(밀레니얼+Z세대)를 노린 브랜드 입점도 눈에 띈다.

H&M그룹 최상위 SPA 브랜드인 ‘아르켓(ARKET)’의 아시아 첫 매장을 비롯해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과 명품 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서울 성수동의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오브뷰’ 등 국내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매장들이 대거 입점됐다.

백화점 최대 규모의 가전 매장인 ‘삼성·LG 메가 스토어(각 약 660㎡)’도 위치해 있다.

현대백화점은 소비자 중심의 공간 배치를 활용해 소비자의 점포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려 공간 내 소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존과는 다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더현대 서울’ 파격적인 실험이 시장과 소비자에 제대로 먹혀들지 여부도 핵심이다.

유통가의 폐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시대의 첫 대규모 점포가 개점된 것이다. 비대면 시대를 맞은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증진으로 소비자를 매혹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현대백화점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을 통해 반경 3km 내 핵심 상권인 서울 영등포구·동작구·마포구·용산구는 물론,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 고객까지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개점 후 1년간 63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2022년에는 연매출이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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