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망사고에 정치권·노동계, 사퇴 압박
실적·신성장 동력 이끌었지만 사고 못 막아
최정우, 주주서한서 "수익성 회복에 집중"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포스코는 오는 12일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의 주가 부양과 신성장동력을 발굴했다는 공로와 함께 최근 연이은 인명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공존해 연임가도는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재무통’ 최정우 회장,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써

포스코는 오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진행되는 제53기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6개의 안건이 상정된다.

주총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바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 여부다. 최정우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과 함께 포스코가 사회 일원으로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공존·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시민'으로 발전하겠다는 경영이념을 제시했다.

그는 ‘철강 전문가’로 꼽혔던 역대 포스코 회장들과는 달리 비엔지니어 출신이다. 이전 회장들이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것과는 달리 최정우 회장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업계 안팎에서 최정우 회장은 ‘재무통’으로 불리고 있다. 1983년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한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 회장 직속의 정도경영실장까지 맡아왔다. 2015~2016년 사이에 이뤄진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과 ‘위드 포스코(With POSCO)’를 각각 새로운 경영이념과 비전으로 제시했다. 또 ‘100대 개혁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실현해 ‘100년 포스코’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를 50년 철강전문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철강부문까지 아우르는 ‘종합소재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철강수요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 2분기에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별도 기준)를 냈다. 첫 적자를 기록했던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26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한 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최정우 회장은 철강산업에 대부분을 의존하던 포스코의 수익구조를 비철강, 신사업으로 나눈다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최근 '철강산업 메가트랜드'로 ▲뉴모빌리티 ▲도시화 ▲디지털화 ▲탈탄소화 ▲탈 글로벌화를 꼽은 뒤 고성능, 다기능 친환경 강재를 개발하고 2차전지 소재사업 등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해당 비전에 따라 포스코는 액화천연가스(LNG)사업, 2차전지소재사업, 식량사업 등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해당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압산소 취급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압산소 취급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연이은 인명사고에 비판요소 커

포스코의 실적 개선과 신성장동력 발굴이 최정우 회장의 공이라면, 연이은 인명사고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문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노동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포스코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모두 21명에 달한다.

지난 5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포스코 원청과 하청사 모두에 민주노조가 설립된 2018년 이후부터의 산재사고를 전수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기간인 38개월간 포스코에서는 모두 155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사망사고가 16건, 부상을 입은 재해사고가 114건(사망사고와 1건 중복), 인명피해가 없는 설비사고가 26건 발생했다.

21명의 사망자는 이주노동자 1명을 포함해 하청노동자가 16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원청 소속 노동자도 5명이 사망했다.

사망사고만이 아니라 부상에 그치는 산재사고도 대거 발생했다. 특히 2019년과 2020년에 산재사고가 급증했다. 2019년에는 58건으로 전년(2018년) 21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12월21일 포항제철소에서 하청노동자 10명이 한꺼번에 화재와 가스누출로 재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하고, 3일 뒤 광양제철소에서 발전기 폭발로 하청노동자 6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5일 포항제철소에서 가스 누출로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각 2명씩 모두 4명이 유독 이산화탄소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는 불과 3일 뒤 같은 제철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컨베이어 롤러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그룹의 산재실태를 보면 최정우 회장 책임론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최정우 회장은 안전관리 대책으로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 안전관리요원 두 배 증원, 안전기술대학 설립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발표한 안전 대책이 무색할 정도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포스코는 '생산우선'에서 '안전우선' 프로세스로 전환하고, 작업중지권을 철저히 시행하는 한편 안전신문고 신설, 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 강화, 직원 대상 안전교육 내실화 등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안전 관련 스마트 인프라도 더 확충한다. 탈부착 가능한 휴대용 CCTV 및 보디캠(Body Cam) 보급을 확대해 안전 사각지대 없는 현장을 만들 예정이다. 작업 전 밀폐공간 내부 파악이 가능한 '세이프티 볼(Safety Ball)' 도입도 추진한다. 세이프티 볼은 밀폐공간에서 작업하기 전에 가스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스마트 장비를 말한다.

앞서 포스코는 2018년부터 3년간 노후설비 교체 등에 1조3157억원을 투자해 작업환경을 개선해왔으며, 작년 말에도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앞으로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선 협력사 직원 충원이 더욱 시급하다고 본다. 그러나 포스코가 협력사에 투입하는 금액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어 협력사 직원 충원은 녹록지 않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노웅래·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전남노동권익센터, 광양만 녹색연합, 참여연대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 국회토론회를 개최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성토했다. [신용수 기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노웅래·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전남노동권익센터, 광양만 녹색연합, 참여연대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 국회토론회를 개최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성토했다. [신용수 기자]

◇정치권서도 최정우 사퇴 촉구…“연임시 포스코 시스템 붕괴”

노동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최정우 회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할 정도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노웅래·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전남노동권익센터, 광양만 녹색연합, 참여연대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 국회토론회를 개최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성토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곧 열릴 주총에서 재선임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대로 둔다면 이미 국민기업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포스코가 시스템까지 붕괴될 것”이라며 맹비난이 쏟아졌다.

노웅래 의원은 토론회에서 “현재 포스코가 국민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노동자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며 기업윤리를 완전히 저버리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지 않는 악덕기업과 최고 경영진에 대해서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정우 회장도 (지난 청문회에서) 시인했듯 포스코 제철소 내부에는 50년 이상 노후한 시설이 즐비한데, 안전설비 투자는커녕 시설 교체와 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시설 교체와 정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하청업체를 무리하게 압박해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은미 의원도 최근 있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를 언급하며 최정우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강 의원은 “최정우 회장이 청문회에서도 포스코에서 수없이 죽어간 많은 노동자와 고통 받고 있는 주민, 직원들에 대한 영혼없는 사과 등 무능력, 무책임으로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며 “더 이상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기업을 배불리는 상황을 멈춰야한다”라고 말했다.

또 “포스코는 시민사회, 노동계가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에 늘 상위권을 차지해왔다”면서 “포스코 이사회를 통해 최정우 회장 연임이 예측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최정우 회장은 한 차례 허리 지병 이유로 불출석했던 국회 환노위 산재사망사고 청문회까지 불려 나와 “연이은 사고에 대해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유족들께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최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참여연대 등은 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 임원들이 지난해 포스코 주식을 매입한 것을 내부자거래로 의심해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은 2020년 3월에 임원들과 함께 주가부양과 책임경영을 이유로 포스코 주식 1만6000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최정우 회장과 임원들이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포스코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포스코그룹의 주가를 높인 리튬염호의 가치가 뻥튀기가 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앞서 포스코 측은 지난 3일, 3년 전 인수한 아르헨티나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가치가 35조원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가 ‘가치’라는 단어를 ‘매출액 전망’이라고 표현을 완화해 재배포했다.

염호의 본격적인 채굴이 오는 2023년부터 시작돼 최정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폭발사망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최근 잇단 산재사망사고로 인해 검찰에 수차례 고소·고발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24일 광양제철소 원하청 노동자 3명 폭발 사망 사고의 책임자로 금속노조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맹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정우 회장은 주주서한을 보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8일 발송한 주주서한에서 "도전적인 경영환경에 대응해 기가급 고강도 자동차용 강판 등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저원가·고효율 체제를 더욱 강화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른 사망사고로 비판에 직면한 것과 관련되서는 "회사 임직원 모두는 안전을 최우선 핵심 가치로 실천해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사업에 대해서는 "2차전지 소재 사업도 생산 능력 확대와 동시에 리튬·니켈 등 원료 내재화 및 기술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하겠다"며 "차세대 신성장 사업인 수소 사업은 내부 생산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국내외 기업과 협력을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7조7928억원, 영업이익 2조4030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철강업황 침체로 2020년보다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3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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