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박철완 상무간 경영권 분쟁
26일 주총서 배당안·이사진·신사업 등 경쟁 나설 듯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본사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금호석유화학에서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배당안·이사진·신사업 등의 이슈몰이로 표 대결에 나설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박철완 배당 확대안 제외한 주주제안 수용

당초 금호그룹에 속해 있던 금호석유화학그룹은 '형제의 난'으로 분리됐다. 금호그룹에서는 2009년 박인천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 간 '형제의 난'이 있었고,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상장사인 금호석유화학을 대표로 합성고무, 합성수지, 정밀화학 등 석유화학 제품과 탄소나노튜브(CNT), 건자재, 에너지(열병합발전, 태양광, 풍력), 물류, 무역 및 도로관리운영 등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주사인 금호석유화학을 장악하게 되면 그룹 전체도 장악하게 되는 구조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구조는 박찬구 회장 측의 지분율이 박 회장 6.69%, 아들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 등 총 14.86%를 보유하고 있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상무 측은 10.12%다. 국민연금 지분은 8.16% 소액주주는 50.48%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9일 이사회에서 박철완 상무의 배당 확대안을 제외한 주주제안을 수용했다. 이번 주총의 안건은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박철완 상무 측은 지난 1월에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주당 1만11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된 주주제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과 박찬구 회장측은 박철완 상무의 제안보다는 적지만 전년보다 180%가 넘는 배당을 제시했다.

제안에 따르면 보통주는 주당 4200원, 우선주는 4250원으로 총 배당금은 1158억원이다. 특히 박찬구 회장 등 최대 주주에 대한 차등 배당을 전년보다 33% 확대한다. 배당 성향은 앞으로 2∼3년 간 20∼25%로 유지하면서 상향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이사선임 표대결 펼쳐질 듯

배당 뿐만 아니라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가 각각 제안한 사내이사, 사외이사 후보도 주요 주총 안건이다. 각기 제안한 이사가 임명될 경우 이사회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먼저 금호석유화학과 박찬구 회장측은 사내이사 후보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전무)을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를 추천했다. 이정미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재판관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외에도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최도성, 황이석 후보는 감사위원 후보이기도 하다.

박철완 상무는 본인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글로벌 로펌 덴톤스 리의 외국변호사 민 존 케이,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공과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제안했다. 이병남, 민 존 케이 후보는 감사위원 후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박찬구 측 “ESG 위원회 신설” vs 박철완 “이사회 의장, 무조건 사외이사 중 선임해야”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지속가능경영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의 기반 마련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주주 가치 중심 이사회 운영을 담보하는 핵심 방안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합리성을 제고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ESG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계열회사와 특수관계인 간 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이해상충 감시를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들 위원회는 독립 운영을 위해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비해 박철완 상무측은 주주제안으로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의장을 무조건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다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은 박철완 상무 측이 기존 이사회 구성, 금호리조트 인수, 박찬구 회장 등 경영진의 과다 보수 등을 문제 삼으며 요구한 내용들이기도 하다.

박철완 상무는 최근 개인 홈페이지를 열어 회사의 경영과 지배 구조 등을 비판하며 자신의 주주 제안을 알리는 '이슈 파이팅'에 주력해왔다.

박철완 상무는 "현 경영진이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저의 제안에 동의하고 반영하려 한 노력은 일부 인정하지만 그외 어떠한 새로운 개선의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주장했다.

또 "금호리조트 인수 등 부적절한 투자 의사 결정, 경영진 과거 배임 행위 등 경영권 남용으로 인한 주주가치 리스크,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기업가치 저해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사회를 전격적으로 개선해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것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선택이다. 표 대결 결과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평가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우호 표심을 끌어들여야 해서 오는 26일 주총까지 표심잡기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주총까지 양측은 각자가 내놓은 방안들을 바탕으로 서로 차별성을 내세우며 주주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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