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전환에 집중하면서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 가량 적게 들어가는 관계로 불필요한 생산 인력을 감축해 미래차에 집중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다임러 2만명, BMW 1만6000명, GM 1만4000명 등의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이러한 구조조정 행보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전기차 투자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을 감축하며 엄격하게 비용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독일의 폭스바겐은 최대 50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올해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2025년까지 테슬라를 제치고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폭스바겐그룹

미국 포드는 지난 1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브라질 공장 3곳을 모두 폐쇄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공장은 100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만큼 공장 폐쇄 소식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포드는 작년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 실적이 부진한데다 2025년까지 전기차에 220억달러(약 24조6000억원), 자율주행차에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각각 투자하기로 하면서 비용 감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지난해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 태국에서 공장을 매각하거나 브랜드를 철수한 데 이어 올해도 구조조정 등을 통한 전기차 투자 여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모빌리티의 향후 성장을 이끌 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르노그룹도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3년간 20억유로를 확보하고 전기차 등에 집중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5년 내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종사자 1100만명 가운데 300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폭스바겐과 토요타, GM, 르노닛산, 현대기아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 부품사 생태계까지 무너지면서 2024년까지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양산 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산 라인 투입 인원이 줄어드는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노사는 당초 울산1공장에서 양산하는 아이오닉5 생산라인에 투입할 인원수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전기차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 수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줄면서 투입 인원수 역시 축소가 불가피한 문제를 놓고 노사가 마찰한 것이다. 일부 조합원은 지난 1월 말 일감 축소 우려에 반발해 한때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생산라인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노사는 이달로 예정된 아이오닉5 유럽 판매를 앞두고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다가 지난 10일 맨아워에 합의했다. 합의는 기존 울산1공장 생산라인 작업자 일부를 다른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울산1공장은 시승차 등 목적으로 사용될 아이오닉5를 조만간 생산하는 데 이어 본격 양산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기아 판매노조도 이달 말 공개가 예정된 전용 전기차 EV6의 사전 예약을 온라인으로 받는 것을 두고 노사 갈등이 촉발됐다. 

기아는 EV6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모델인 만큼 처음으로 사전계약에 앞서 인터넷 사전 예약을 받는다. 이에 기아 판매 노조는 이런 예약 방식이 온라인 판매로 이어진다면 영업직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EV6의 온라인 사전 예약 도입은 전 차종 온라인 판매의 출발점이며, 이러한 예약 도입 방식 전환은 영업 현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아는 오는 30일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EV6를 완전히 공개한 뒤 온라인 사전 예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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