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가 노동조합 측에 앞으로 두달간 임금 100%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가 노동조합 측에 앞으로 두달간 임금 100%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쌍용자동차가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으면서 상장 폐기 위기에 처하게 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차는 2020년 회계연도에 대해 삼정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냈다. 감사인은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의견 비적정 등을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들었다.

삼정회계법인은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영업손실 4494억원과 당기순손실 5043억원이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7818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채권단, 잠재적 투자자와 원활한 협의를 위한 ARS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이런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금 조달 계획과 재무·경영 개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만일 미래의 사건이나 상황 변화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있어서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 연결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 활동 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48조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의 개별재무제표 또는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부적정이거나 의견 거절인 경우 거래소가 해당 보통주권을 상장 폐지한다. 하지만 정리매매 시작 전 감사인이 해당 사유가 해소됐음을 증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경우 등에는 상장 폐지가 유예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쌍용차 주권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됨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고 공시했다. 이의신청시한은 다음달 13일이다. 쌍용차 주식은 현재 거래가 정지됐다.

쌍용차의 자본 잠식률은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111.8%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해 449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가 2019년(2819억원) 보다 증가했다. 쌍용차의 작년 매출은 2조9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줄었다.

쌍용차는 현재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의 매각 협상이 지연되며 단기법정관리(P플랜) 돌입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달 직원 임금도 줄여야 할 처지다. 쌍용차 노사는 이달과 다음달 직원 임금을 50%만 지급할 예정이다. 회사는 앞서 1월과 지난달에도 직원 임금 50%의 지급을 유예한 바 있다.

쌍용차는 최근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지분 감자를 인도중앙은행(RBI)이 승인하면서 P플랜 돌입을 위한 1차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KDB산업은행이 지원 조건으로 적극적인 자구 실행을 요구함에 따라 존폐기로에 놓인 상태다. 

쌍용자동차 노사 간담회에 참석한 예병태 대표이사
쌍용자동차 노사 간담회에 참석한 예병태 대표이사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결정이 예상보다 미뤄지는 기류도 감지된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 측에 투자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HAAH오토모티브에서 자료 검토와 투자자 설득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답변 기한을 연기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실제 매각 성사 여부는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의 사업 지속성과 3700억원 규모의 공익 채권 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익 채권 규모는 HAAH오토모티브가 약속한 투자액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상회하는 규모로 보인다. 

현재로선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이 이달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HAAH오토모티브의 인수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HAAH오토모티브 내부에서는 쌍용차가 법원의 기업 회생 절차를 거쳐 부채 규모를 줄이고 나면 인수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이나 산은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쌍용차의 인건비 절감과 고비용 구조 해소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적 구조조정 또는 구조조정이 어려우면 회사 정상화까지 인건비 삭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대출 지원을 받으려면 인건비 삭감 등 쌍용차 노사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P플랜(단기 법정관리)을 추진하는 쌍용차 노사에 뼈를 깎는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상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예병태 대표이사와 정일권 노조위원장과 면담하고 이 같은 요청을 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의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지상욱 의원에 GM관련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이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기에 쌍용차가 '생즉사 사즉생'(살려고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의 각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제적으로 최선의 방안을 제시해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산은 지원과 관련해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결정, 자금조달 능력 확인 및 사업계획에 대한 객관적 타당성이 검증된다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금융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 지원 검토를 위한 쌍용차의 사업 계획은 경영 정상화의 주체가 되는 쌍용차가 스스로 방안을 강구해 채권단에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듯 쌍용차 P플랜 추진 과정에서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분 감자를 인도중앙은행(RBI)이 승인하면서 한고비를 넘긴 했으나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결정과 산은 지원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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