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SK와이번스·W컨셉 인수 적극적 행보
스타벅스코리아·이베이코리아 인수도 뛰어들어
오프라인 기반 온라인 부문 유통 역량 강화 집중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창단 포부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창단 포부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유통가에서 굵직한 M&A(인수·합병)을 주도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기반의 신세계그룹 유통구조에 온라인 부문 유통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들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해 야구와 유통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여성 패션 편집몰인 W컨셉을 2000억원대 후반에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올해 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최대 5조원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먼저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SK텔레콤으로부터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지분을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이마트는 그룹의 정체성을 담아 'SSG 랜더스'로 팀명을 변경하고 지난달 30일 구단을 정식 출범했다.

야구단 인수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정용진 부회장은 구단 출범 당일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의 'SSG랜더스 응원' 대화방에 입장해 "야구단을 가진 롯데가 많이 부러웠다"며 야구단 인수 이유를 밝혔다.

또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며 롯데를 도발하기도 했다.

단순히 구단 인수에만 끝나지 않고 ‘야구 마케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4일까지 ‘랜더스 데이’ 할인행사를 진행했고, 신세계는 5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온라인에서 랜더스 위크 할인행사를 연다.

본업인 유통 분야에서의 M&A도 눈에 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각각 보유한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SPA)을 체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2008년 10월 문을 연 W컨셉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백화점 의류와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20~30대 직장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회원 수가 500만명에 육박해 여성 패션 편집숍 부문에서는 1위 업체다.

SSG닷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거쳐 W컨셉을 공식 편입할 예정이다. 인수 후 기존 전문 인력을 승계하는 등 현재와 같이 플랫폼은 별도로 운영한다.

신세계그룹은 그룹의 물류 시스템을 접목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입점 브랜드가 스타필드를 비롯해 신세계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통합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받았던 이커머스 부문도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업계 3위로 평가받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앞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주주총회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인수 의사가 강하다.

SSG닷컴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기준 거래액은 아직 4조원 수준에 그쳤다. 외부 판매자를 활용한 오픈마켓을 활용할 경우 카테고리와 품목 수를 늘릴 수 있어 소비자를 더욱 모을 수 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이뤄지면 오픈마켓 전환이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업계 3위로 평가받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업계 3위로 평가받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인수전 초기에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완주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통가에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져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 신세계는 네이버와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 협업을 강화하면서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서 신세계가 가진 전국 물류망과 네이버의 물류 파트너사들과의 연계를 통해 전국 단위의 풀필먼트, 라스트 마일 서비스 확대 등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네이버와 협력에서도 정용진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1월에 네이버 사옥을 직접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끝에 2500억원대 지분 교환을 통한 '신세계-네이버 동맹'을 성사시켰다.

이러한 행보에는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주력인 할인점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계열사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네이버-이베이코리아 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이커머스 업계 내 압도적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풀필먼트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물류 센터를 결합한다면 이커머스 부문에서 지각변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