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철수 후에도 4년간 AS센터 운영 뱡침
소비자 선택권 축소…가격 상승 우려까지
스마트폰, 삼성·애플 2곳 쏠림 가중 전망

LG전자 모바일 사업 철수. 연합뉴스
LG전자 모바일 사업 철수.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LG전자가 지난 식목일(5일)에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을 ‘철수’로 결정했다. 사업 매각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적자행진’을 기록하던 휴대전화(MC)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한 업체가 사업을 접는 것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고 제품 가격 상승, 사후서비스(AS)에 대한 우려까지 쏟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에서 MC사업본부가 맡은 모바일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어 MC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한다고 영업정지를 공시했다. 사업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2개월여 만이다.

LG전자는 영업정지 사유에 대해 "사업 경쟁 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이라며 "내부 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 사업으로의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휴대폰 철수로 삼성전자의 국내시장 독점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5%, 애플은 20%, LG전자는 13%였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게 되면서 수혜는 삼성전자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아이폰보다는 이미 익숙한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가진 삼성전자로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LG폰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는 40만 원 이하의 중저가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고가의 아이폰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이동통신사도 교섭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통사는 제조사와 협상해 소비자에게 지급될 보조금을 책정하는데 상대하게 될 제조사가 줄어들면서 교섭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욱 점유율이 오르게 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삼성전자가 경쟁자인 애플이나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가격 전략을 마음대로 정하기는 어렵지만 LG의 스마트폰 철수로 부담감이 그만큼 덜어진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고가폰 경쟁을 벌일 경우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저가폰 비중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하다.

서울 시내 한 LG전자 매장 내 진열된 LG전자 스마트폰.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LG전자 매장 내 진열된 LG전자 스마트폰. 연합뉴스

AS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LG전자 측은 당분간 스마트폰 제품 수리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AS는 앞으로도 LG전자 가전제품 통합 서비스 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한다"면서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구매 고객 및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를 지속한다"고 말했다.

다만 LG전자가 후속 작품을 내놓지 않기로 한 만큼 LG전자의 재고 및 중고폰 가격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이통3사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인해 재고 처리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통사마다 이미 올해 초부터 LG폰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올리고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프로모션을 벌인 데 이어 막바지 '재고떨이'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선보인 전략 제품 벨벳의 경우 올해초부터 알뜰폰을 중심으로 사실상 '공짜폰'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통3사에서도 가격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유통점에서는 벨벳과 Q92 등 모델이 출고가 0원을 넘어 현금을 얹어주는 '마이너스폰'으로 팔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전자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대상으로 LG전자 스마트폰을 추가하며 LG전자 스마트폰 소비자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사 제품과 애플 아이폰에 대해서만 제품 반납 시 일정 비용을 보상해왔다.

애플도 부족한 AS를 강화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애플은 지난 2월 여의도에 애플스토어 2호점을 개장했고, 수리비와 보험상품 비용 할인에도 나섰다.

중국 제조사들의 국내 시장 공략도 가능해진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LG전자가 철수하면 그 자리를 중국 스마트폰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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