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예병태 대표이사
예병태(왼쪽) 쌍용자동차 사장이 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게 된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예 사장이 지난 2월 쌍용차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P플랜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쌍용자동차가 다시 벼랑끝에 섰다.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협상을 주도해온 예병태 대표이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사실상 매각 협상이 좌초되며 법정관리가 임박했다는 시각에 대체적이다. 신규 투자자 유치 계획이 지연되면서 200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예 사장은 7일 "회사가 또다시 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게 된 상황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번주 안으로 개시될 예정이었던 회생절차는 미뤄지게 됐으며, 법원이 신속한 법정관리를 추진하는 만큼 늦어도 다음 주에는 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쌍용차는 작년 12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개시를 3개월간 보류하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신청했지만, HAAH오토모티브와의 매각 협상이 지연되며넛 현재 회생절차 개시를 앞둔 상태다.

HAAH오토모티브가 서울회생법원이 요구한 기한(3월 31일)까지 투자의향서(LOI)를 보내지 않으면서 법원은 개시를 미룰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예 사장의 사퇴로 법원이 회생절차 관리인을 새로 선임해야 하면서 일정이 늦춰질 전망이다. 회생절차에는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가 적용돼 법원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면 기업 대표이사가 자동으로 관리인이 되나,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면 선임 절차가 필요하다.

대표이사가 아닌 제3자 관리인 선임을 위해선 회생법원이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에 의견 조회를 보내 의견을 받아야 한다. 대표이사가 관리인이 되는 경영자 관리인 제도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관리인으로는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유력했으나 예 사장의 사퇴로 제삼자 관리인 선임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무산되긴 했으나 P플랜(사전 회생계획) 협상을 주도한 쌍용차 정용원 전무(기획관리 본부장)가 관리인으로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8일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자동차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보냈다. 이에 따라 법원의 쌍용차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법원이 지난 6일까지 시한을 줬으나 산은은 채권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말미를 더 달라고 요청했다. 산은은 여전히 의견을 다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이날 의견을 냈고, 여기엔 회생절차 개시 동의 여부에 더해 관리인·조사위원 선임 사안 등에 대한 채권단의 견해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내부에서는 회생절차 개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유력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가 법원이 요구한 투자의향서(LOI)를 여전히 내지 않고 있어서다.

유동성 위기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가 노동조합 측에 앞으로 두달간 임금 100%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산은이 의견서를 제출함에 따라 쌍용차 회생절차 돌입이 현실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더라도 인수·합병(M&A) 추진이 유력한 카드로 꼽힌다. 쌍용차는 기업계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인 만큼, 파산을 면하려면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야 한다.

일단 M&A 주간사 선정 작업이 끝나면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 적임자를 찾는 작업이 이뤄진다. 구조조정과 채권탕감 등을 통해 쌍용차의 규모가 줄어든 상태에서 새로운 투자자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재 쌍용차를 인수할 의향이 있는 업체는 3∼4곳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가 계획한 투자금이 2800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0억∼3000억원의 현금 투입이 가능한 업체라면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도 쌍용차와 채권자, 기타 이해관계인들이 인수합병(M&A) 절차를 포함해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하면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을 이어가는 쌍용차 입장에서 기업회생 개시가 지연되는 게 나쁘지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HAAH오토모티브가 회생절차 이전까지 투자자를 설득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 결정을 철회한 것이 아닌 투자자를 설득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투자의향서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HAAH오토모티브가) 그냥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것 같다"면서 "(채권자가) 법원에도 이런 사정이 됐으니까 조금 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관리인 선임 등으로 회생절차가 지연되는 사이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의향서를 보낸다면 쌍용차는 일반회생절차 대신 단기법정관리(P플랜)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 결정을 철회한다면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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