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민연금 투자 비중 상한 19.8%로 조정 '선언적'..."액션은 지켜봐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발목 가능성...공매도 재개 영향은 시각 엇갈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코스피가 연초 이후 장기간 횡보를 보이면서 향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5월 공매도 재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9일 국민연금의 전략적 투자 비중 확대 발표가 나오면서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해답의 힌트를 얻기 위해 KTB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김한진 박사, IBK투자증권 정용택 센터장, 흥국증권 송재경 센터장 등 전문가 3인에게 향후 시장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편집자 주>

9일 국민연금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 매도 압력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현행보다 ±1%포인트 상향된 ±3%포인트로 정해 국내 주식 운용의 전술적 탄력성을 더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이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비중의 상한선이 19.8%로 높아졌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9일 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통해 규칙에 손을 댄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0년만이다.

10년만의 조정이 필요했던 건 연초 이후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한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개인의 끊임없는 매수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3개월째 횡보를 거듭한 것에서 연유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연금의 매도세 진정을 요구하며 국민청원에 나섰고 그 해답이 9일 나오게 됐다.

◆ 국민연금 국내주식 전략적 투자범위 ±1%p ‘업(Up)’, 상징적 의미 있으나 실제 액션은 지켜봐야

9일 국민연금의 재조정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언적인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KTB투자증권 김한진 박사는 “투자범위 밴드 상단을 올렸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겠으나 실제 액션은 지켜봐야 한다”며 지나친 기대는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이 산업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신흥국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 증시를 좋게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넓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연금의 고갈 가능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해야하기 때문에 연금이 한국 시장에 대해 과도한 비중 확대를 하는 것은 리스크를 향후로 이연시켜 더 큰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연금은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코노미스트 출신 센터장인 IBK투자증권 정용택 센터장은 “큰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밴드를 조정했다는게 당장 액션을 해야 하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액션을 한다 하더라도 전술적으로 해당 기간 안에 탄력적으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라 당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송재경 흥국증권 센터장도 “기금운용위원들이 그간 너무 엄격한 원칙을 고수한다는 목소리는 있어 왔고, 그 원칙의 세부 기준은 자문 교수진들이 이론적 배경을 제시했었다”며 결정에 긍정적 시각을 보이면서도 “그 효과와 실제 연금의 액션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즉각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 재확산 되는 코로나19 공포,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나 “백신 공급이 관건”

8일과 9일 이틀 연속 약 700명 수준의 확진자 수가 발표돼 코로나19 재확산의 공포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선 작년과 같은 급작스런 상황 재현은 없을 거라는 시각 속에 ‘백신 공급이 키’라는 답변이 나왔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센터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은 미국의 상황을 예의주시 해야한다”며, “미국은 상반기 중 전체 인구의 75% 백신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이 안정화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송재경 흥국증권 센터장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유로화대비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변수”라며, “재확산 규모에 따라 시장에 노이즈(잡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이슈로 본다”고 정리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좀더 우려스럽게 내다봤다.

김 박사는 “초기 방역이 잘된 결과 백신확보 속도에 선제적 대응이 늦어지면서 생긴 방역의 아쉬움이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미국 시장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수출을 주도할 자동차, 휴대폰 등 내구재의 회복이 예상돼, 선진국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경제엔 일부 희망적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 공매도 재개, “큰 영향 없다” VS “외국인, 때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월로 다가온 공매도 재개에 대해선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과 “외국인이 때를 기다리고 있어 위험하다”는 의견이 갈렸다.

김한진 박사는 “시장이 나쁘지 않지만, 수급적 부담은 분명히 있다”며, “최근 강세장 속에서 벨류에이션(기업가치)에 부담이 생긴 종목들이 적지 않고, 공매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시장의 예상보다 큰 규모의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용택 센터장은 “일부 개별 종목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최근 3개월간 조정을 받아 1월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송재경 센터장도 “공매도 자체에 순기능도 적지 않아서 재개를 마냥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전산화에 의한 관리 시스템이 고도화 돼, 치밀한 모니터링이 작동하면 과거와 같은 부작용은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200종목에 대해 주식 선물이 상장돼 있어 공매도 실행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 공매도 재개가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기준 조정이 실질적 효과는 없지만 심리적 안도는 줄 수 있고, 코로나19 자체가 주는 충격보다는 장기화시 추경에 대한 부담으로 주식보다 채권시장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월 말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절 결정을 앞두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치열한 토론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으로 시장 상황이 변화하는데 기계적인 원칙에 매몰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공매도 재개 이슈에 대해, 공매도 관리 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 점검주기 단축, 전담 감리팀 운영, 불법 발각시 처벌 강화 등을 통해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공매도 재개가 대형주 중심의 부분 재개라 (시장에)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