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 “뉴욕증시 상장 고려중” 외신 기사에 “오보” 난색

거래소, 유가증권·코스닥 양 시장 모두 설득중…“우리 시장 장점 알리는 중”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국민기업 카카오가 지분 68.43%(3월 2일 기준)을 보유한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뉴욕증시 상장을 저울중인 것으로 보여 국내상장 유치를 위해 노력중이던 거래소가 ‘패닉’에 빠졌다. 회사측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IPO가 태평양을 건널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외신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IPO를 위해 뉴욕증시를 고려중임을 이 회사 CEO 이진수 대표의 입을 빌어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가 2019년 우버의 상장 이후 미국내 최대 상장 사례가 된 쿠팡처럼 뉴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시장의 상장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음을 전했다.(Kakao Entertainment Chief Executive Lee Jinsoo said that the company is looking into New York where Coupang’s float was the biggest U.S. initial public offering since Uber Technologies Inc.’s 2019 listing. He said he doesn’t rule out a local offering.)

그러면서 이 대표는 “쿠팡의 상장은 카카오엔터와 같이 글로벌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 기업이 전보다 훨씬 더 나은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 말하며, ”IPO는 지금부터 1년 정도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음을 블룸버그는 전했다.(“Coupang’s listing gave me hope that Korean businesses with global potential like Kakao Entertainment can get a much better valuation than they would have before,” said Lee, adding that the company plans to prepare for an IPO a year from now.)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거래소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송영훈 상무는 “최근까지도 카카오엔터 측과 미국에서 IPO를 한다는 이야기는 확정적으로 들은 바 없다”며, “금일 기사가 난 뒤에도 확인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태며, 유가증권시장본부 뿐 아니라 코스닥시장본부까지 나서 양 시장의 장점과 미국 시장을 선택했을 경우의 단점에 대해 주지시키며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IPO지역에 대한 내부 입장은 정해진 바가 없다”며, “블룸버그가 너무 앞서 나간 오보”라고 말했다. 다만 “시간을 가지고 양 시장에 대해 장단점을 살펴보고 있고, 구체적인 시기도 특정짓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회사측의 주장과 달리 오보라는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분명 기사에는 한국 시장에서의 상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다. 카카오엔터의 입장과도 다르지 않다. 특히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과 이를 위한 9억 8900만달러(한화 약 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앱 ‘래디시’ 투자 등 북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싶다는 내용 등 인터뷰에 언급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미국 시장 상장 검토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 대형 증권사 IB본부장은 “카카오엔터가 만약 미국 시장에서의 IPO를 검토한다면, 이는 쿠팡의 미국 상장과는 성격면에서 완전히 다르다”라며, “쿠팡은 지배구조 면에서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가 존재하고, 지분 희석 문제를 피하기 위한 차등의결권 보장 때문에 일견 이해가 되지만, 말 그대로 국민기업 카카오가 지분 3분의 2를 가진 자회사가 기업가치를 더 받겠다고 미국으로 가는 것은 국민 정서와 우리 거래소의 경쟁력에 심각한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본부장은 “물론 기업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굳이 외신을 본사로 불러서 대표이사 사진까지 내보내며 미국 시장 IPO 가능성을 알린 선택은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3월 31일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유가증권 시장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원스토어 등 15~16개 기업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며, 국내 증시에 상장될 혁신기업이 많음을 강조해 쿠팡 NYSE 상장이라는 특정 사례에 집중되지 말 것을 강조했었다.

간담회 당시 쿠팡이 한국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하도록 유도를 시도했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유가증권시장 송영훈 상무는 “당연히 거래소의 입장과 한국시장의 장점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했다”고 답변했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 러시에 대한 질문에 송 상무는 “국내 상장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은 거래소의 역할이지만, 최종 선택은 기업의 몫”이라고 답했다.

한 증권사 대표는 “최근 국내 시장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IPO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막상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걸 막기 어려울 수 있다”며, “투자자가 급증하는 이때 좋은 투자처를 발행시장에서 공급하지 못한다면 그 만큼 우리 시장 경쟁력은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 3월 3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하는 선택을 하도록 매력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던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출처=기자간담회 동영상 캡처)
지난 3월 3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하는 선택을 하도록 매력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던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출처=기자간담회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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