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내동 ·제주 연동 2곳 사택, 엠디엠에 매각후 공시 안해
대한항공 "필수 공시 대상 아냐…유동성 확보 노력"
매각대금 1383억원, 보유 토지 5% 해당 '미공시 의문'

서울 강서구 화곡동 대한항공빌딩
서울 강서구 화곡동 대한항공빌딩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대한항공이 경영개선 차원에서 유휴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으나 1300억원이 넘는 김해와 제주의 사택 부동산의 매각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묘연, 회계의 투명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사택 매각에 나서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부 사택 매각에 대한 공시가 빠져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유휴자산 매각에 본격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굵직한 사안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다. 이를 서울시에 매각해 올해 안으로 매각 대금 지급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매각 대금은 4500억원에서 5500억원 사이로 예측되고 있다.

해당 매각 대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에 경남 김해시 내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사택 부지를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 ‘엠디엠’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액은 1091억원이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제주도 연동 사택 매각을 또다시 엠디엠에 매각했다. 지난해 3월 30일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석 달 만에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거래금액은 286억원이다.

제주도 연동 사택은 대한항공이 40년 넘게 보유해 온 부동산이다. 1979년 호텔 사업을 확장하면서 직원이 늘어 건축했다. 그 후 대한항공, 계열사 임직원들이 사택을 활용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굵직한 사안’인 송현동 부지 매각과는 달리 김해 내동과 제주도 연동 등 2곳의 사택 부동산의 매각은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이유로는 해당안건이 필수 공시(의무 공시)안건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필수 공시 사안 중 매각과 관련된 부분은 회사 자산 총액의 2.5% 이상건에 대해서만 해당된다”면서 “두 안건 모두 회사 자산 총액의 2.5%에 미달되는 부분이기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R자료에는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제공을 위한 차원에서 (제주도 연동 사택 매각 등) 일부 매각 정보가 담겨 있기는 하나 공시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매각 대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공시된 바가 없어 대외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도 “해당 2건 모두 대한항공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최근 송현동 부지 매각과도 비슷하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진행됐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사택 2건의 매각과 관련한 공시와 함께 이들 매각대금의 재무제표 회계 처리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대한한공 보유 토지와 건물 등의 고정자산의 장부가액은 4조4083억원(2018년말 기준)이다. 3년 전인 2017년의 사업보고서 상에 토지와 건물 등의 고정자산은 2조5927억원이다.

그러나 2018년의 기초 고정자산이 2조5927억원임을 감안하면, 김해 사택의 매각대금(1091억원)은 당해 연도 고정자산의 4.2%에 해당된다. 매각시점이 2017 회계년도에 매각한 김해 사택의 매각대금이 고정자산의 2.5%에 미달돼 공시의무가 아니라는 대한항공측의 설명에는 오류가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게다가 2017년과 2018년 등 2개 회계년도의 사업보고서 상 처분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기재하지 않았다. 2020년에 매각한 제주 연동 사택도 마찬가지다. 제주 연동 사택의 매각대금이 296억원이었으나 당해 말 기준의 토지와 건물 등의 장부처분가는 44억원에 그친다.

한편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의 매각은 현재 무산된 상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4개월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2일 대한항공은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종료를 이날 통보했다고 밝혔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6년 준공된 해양 레저 시설 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왕산마리나는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레저시설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1월 칸서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이 결렬돼 자본을 확충 중인 대한항공의 자구 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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