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 著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출근길 우리 손에는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가 들려 있다. 지구 환경을 생각해 텀블러를 챙기기도 하지만 잊어버리기 다반사다. 그러면서 우리는 플라스틱을 가득 삼키고 죽은 고래를 위해 기꺼이 후원한다.

이런 우리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게 가능할까. 물론이다. 때때로 배달음식도 먹고 일회용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평범한 우리들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가 가능한 것이다. 

개인의 ‘1’은 참 별것 아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1’을 줄인다면 전 세계의 쓰레기가 100분의 1만큼 줄 것이기에 100분의 1만큼 자원을 아낄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 불필요한 빨대 사용을 하지 않고, 비닐봉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 일은 번거로움을 수반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따른다. 

혼자 하는 게 막막하다면 쓰레기 줄이는 데 관심이 많은 친구를 만들어 '연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가 시작한 인스타그램 #같이쓰레기줍기 캠페인은 그 취지에서 시작됐다. 동네 산책 중 버려진 쓰레기 하나를 줍고 인증사진을 찍는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과거 일본의 쓰나미에 이어 경주 지진의 여파까지 겪은 후 물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번도 읽은 적 없는 책과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찬장의 그릇들이 과연 나에게서 필요한 것들인가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한 것. 삶에서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 내는 과정에서 물건을 줄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임을 이내 깨달았다.

제로 웨이스트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2016년 당시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한다는 것은 타인이 보기에 기이한 일에 가까웠다. 빨대를 빼달라거나, 비닐봉지 대신 보자기에 담에 달라는 요청이 유난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제로 웨이스트에 앞서 삶에서 덜어 낼 1000가지 물건을 기록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니멀라이프라고 하는 게 심플하고 정갈한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지니고 있는 물건이 쓰레기가 돼 처분될 때까지 책임을 지는 태도의 전환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에 미니멀리스트를 한글로 풀어 본 ‘최소주의자’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 사람, 사회에 나쁜 영향을 최소한으로만 끼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스스로를 ‘윤리적 최소주의자’로 명명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이란 것은 저자의 말마따나 현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쓰레기를 하나라도 줄이려는 노력은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오늘날 제로 웨이스트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롤모델이 되기에 이르렀다.

나 혼자 결심하고 나 혼자 실행하는 제로 웨이스트는 그나마 쉽다. 나아가 직장생활에서나 여행지에서 혹은 생일파티에서 타인들과 함께 있을 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저자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선 ‘개인 식기를 챙기고 정리하는 수고와 더불어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수고와 용기를 장착하고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노하우와 팁은 필수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도처에 널린 이 세상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 언제나 쓰레기를 만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삶을 소비, 위생용품, 외출, 화장, 장보기, 외식, 먹거리, 재활용·분리 배출, 직장 생활, 취미 생활, 여행이라는 항목으로 나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하며 장보기, 외출하기, 여행하기, 사회생활 하기, 취미생활 하기 등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며 실천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제로 웨이스트 방법들이 눈길을 끈다. 

5년 동안 제로 웨이스트를 실행해 온 저자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에 있어 고수에 가깝지만, 결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 많은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는 사실상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목표에 가깝기 때문이다. 때문에 100에서 90으로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 그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를 롤모델 삼아 삶에서 쓰레기를 하나씩 덜어내려는 노력은 당신의 제로 웨이스적인 삶의 시작을 돕는 자극제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안내하는 방법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완벽한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자는 목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재밌고 행복한 만큼의 실천을 행하는 법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쌓아 올린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 나만의 제로 웨이스트 방식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터다.

힐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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