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이 마주한 가장 심각한 도전, 기후변화. 기후변화가 탄소 배출을 수치상 줄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면, 그 근본적인 문제는 잊히기 쉽다. 코로나19 사태는 정치적 의지와 공동체의 합의만 있으면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도 실행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던 만큼, 당장은 아득해 보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녹색 전환 역시 대중적 합의와 기업의 행동이 있다면 가능할 터다. 본지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국내 주요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통해 함께 공유하며 이뤄낼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 편집자주

효성그룹 본사
효성그룹 본사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친환경 사업을 필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이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환경가치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효성은 그간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설립, 탄소섬유 투자, 페트병 재활용 사업 지원 등 그룹차원의 다양한 신사업들을 추진해왔다. 이로 인해 효성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시행한 ESG 평가에서 효성티앤씨, 화학, 첨단소재는 A+등급, 중공업은 A등급을 받았다. 올해는 수소 인프라 구축, 친환경 사업 확대 등을 확대해 ESG 경영 기조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고객들이 이미 높은 수준의 환경 인식과 책임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며 “환경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친환경 제품 개발 등 관련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효성의 친환경 섬유 ‘리젠제주’로 만든 티셔츠. 효성 제공
효성의 친환경 섬유 ‘리젠제주’로 만든 티셔츠. 효성 제공

◇효성티앤씨, 주요 화학섬유 3종으로 친환경 시장 활성화 앞장

효성티앤씨는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덱스 등 주요 화학섬유 3종 모두 재활용 섬유를 보유하고 83조 친환경 패션시장 활성화에 나선다.

효성은 최근 페트병에서 뽑아낸 재활용 섬유와 무농약 면화로 만든 면으로 된 티셔츠를 ‘G3H10’이란 브랜드로 선보였다. 친환경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완성품 의류 제작에 처음으로 나선 것이다. G3H10은 효성의 패션디자인팀이 있는 ‘공덕역(G) 3번 출구, 효성빌딩(H) 10층’의 머리글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옷 판매도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했다.

이에 앞서 효성은 제주도, 서울시와 손잡고 투명 패트병을 재활용해 옷 등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자원선순환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도 했다.

제주도 및 서울시는 각 지역에 버려진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고 효성은 이를 활용해 재활용 섬유 ‘리젠제주’ 와 ‘리젠서울’을 만들었다. 노스페이스와 플리츠마마는 이 섬유로 옷, 가방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효성중공업, 수소 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 사업 확대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의 생산, 운송 및 충전 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을 본격화했다.

효성중공업은 린데그룹과 액화수소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JV)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번에 설립되는 합작법인은 액화수소 판매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과 생산법인인 린데하이드로젠㈜ 등 2개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 계약은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이 지난해 4월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 등을 포함하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린데하이드로젠㈜은 오는 2023년 초까지 효성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한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이르면 이달 초 착공에 돌입한다.

효성하이드로젠㈜는 액화수소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전국 120여곳에 수소충전이 가능한 충전인프라를 구축, 생산된 제품을 차질없이 공급할 계획이다.

2023년에 완공되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는 연 10만대의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또 13만톤의 배기가스가 절감되는 친환경 효과도 있다.

앞으로 효성은 차량용은 물론 드론, 선박, 지게차 등의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 등 수소 에너지의 사용처를 다변화해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 전주탄소섬유공장 전경. 효성 제공
효성 전주탄소섬유공장 전경. 효성 제공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도 본격 탄력

효성첨단소재는 2019년 8월 대규모 탄소섬유 투자 계획을 밝혔다. 수소차가 미래 모빌리티로 부상하면서 '탄소섬유'가 수소 연료탱크의 소재로 함께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연간 탄소섬유 생산량을 2만4000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효성은 2011년 국내 최초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인 ‘탄섬 (TANSOME®)’개발에 성공했다. 탄소섬유는 섬유(실)이 탄소를 92% 함유한 제품으로 철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평균 기압의 최고 900배를 견디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수소 연료탱크 소재로 적합하다.

국내에서 탄소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효성첨단소재가 유일해 ‘수소경제 기반의 친환경 시대를 이끌 주역’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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