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부상

대주주적격심사 없이 수도권 자산 시너지 날 지방은행 유력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소매금융 시장 내 영향력이 줄어들며 침체를 이어오던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본사로부터 사업부문 철수를 통보 받았다. 시장 진입 기회를 엿보던 사업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선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16일 금융업계와 한국시티은행에 따르면,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전날 임직원에게 전한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사업전략 재편 발표와 관련해’라는 제하의 사신을 통해 “한국씨티은행 경영진과 이사회가 함께 추후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본사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선 15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향후 전략방향을 발표하며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행장은 “이번 전략 발표는 소비자금융사업부문에 한정돼 있으므로, 당행은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기업고객들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사업 전체 철수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한국씨티은행 뿐 아니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한국 내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최근 몇 년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철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은행의 철수도 임박했다는 시각이 있어 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금융회사로서 뿐 아니라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와 치열한 영업 환경에서 외국계 브랜드 만으로 시장에 침투하는데 한계가 노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가 가시화되자 사업부문 분리 매각 시 누가 인수 후보가 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A증권 은행 분석 애널리스트는 “사업부문을 폐쇄하기 보다는 단돈 1원이 되더라도 잔존가치와 상관없이 매각을 하는 것을 매도자 입장에서는 희망할 것”이라며, “지명도가 있는 글로벌 은행이고, 시장점유율(MS)이 낮을 뿐 소매금융에 특화된 우량 자산인 만큼 인수에 관심이 있는 매수자가 충분히 나설 수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증권 금융섹터 연구원도 “DGB 등 일부 지방은행,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관심을 보일 수 있다”며, “지방은행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자산과 고객을 흡수해 영업 반경을 넓히고자 하는 필요(Needs)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업부 인수에는 자산 양수도로 한정 지을 뿐 인력까지 떠안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씨티 측이 인력을 내부에서 흡수하지 않고 고용 승계를 인수 조건으로 내걸 경우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C증권 금융 애널리스트는 “기존 4대지주에서 MS를 좀더 높일 이유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며,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1금융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은행 대주주적격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해 심사가 늘어질 경우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어 매도자 입장에서는 지방 은행에서 가져가주길 바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엔 고용 승계문제 해소와 가격의 문제일 것”이라며,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SC제일은행 등에서 사업부문을 가져갈 동인도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기업금융 부문은 유지하겠다는 씨티의 입장에 대해서는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담당 부행장은 “기업대출 부문이 크지 않은 한국씨티은행이지만 소수의 전문 인력으로 유지가 가능한 IB부문 등은 유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한국의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M&A 진행 시 인수금융, 매각자문, PI 등 다양한 형태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본사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대해,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 지부는 강력 투쟁을 선언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한국씨티은행에는 약 3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중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이 약 2500명"이라며 "소비자금융에 대한 매각 또는 철수 등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며 고객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은 발표 내용을 수일전에 이미 인지했음에도 당일까지 거짓 연기를 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며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며, “엄중 경고와 함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각 지점에서 고객 문의가 쇄도하며 수백억의 뱅크런이 일어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본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해 향후 회사와 노조간 대립이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씨티은행 본사의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통보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는 한국씨티은행 노조원들(제공=연합뉴스)
씨티은행 본사의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통보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는 한국씨티은행 노조원들(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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